[쿠키人터뷰] 문채원 “로코 안 좋아해요. 근데 왜 ‘오늘의 연애’냐고요?”

[쿠키人터뷰] 문채원 “로코 안 좋아해요. 근데 왜 ‘오늘의 연애’냐고요?”

기사승인 2015-01-19 11:35:05
사진=박효상 기자

배우 문채원(29)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 청순하고 참한 이미지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영화 ‘오늘의 연애’를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 톡톡 튀는 발랄한 캐릭터가 의외로 어울렸다.

첫 로맨틱 코미디 연기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왜 여태껏 이 재능을 꽁꽁 숨겨뒀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첫 질문으로 던졌다. 왜 이제야 이 장르를 선택했느냐고 말이다. 답변은 간단했다. 질문을 받자마자 문채원은 별 고민도 않고 “안 좋아해서”라고 대답했다.

“연기자로서가 아니라 관객으로서 로코(로맨틱 코미디)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국내에서 재밌게 본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2001)랑 ‘싱글즈’(2003) 정도예요. 그 이후로는 대체로 잠자리와 연관된 섹시 코미디류가 많더라고요. 볼 때는 재밌게 봐도 보고나서 캐릭터가 그리워지는 작품은 개인적으로 없었던 것 같아요.”


예상 밖의 솔직한 답변이 왠지 흥미를 끌었다. 그렇다면 굳이 ‘오늘의 연애’에 출연한 이유는 뭐였을까. 문채원은 현우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는 “현우는 스토리에 끌려가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에 동기부여를 하고 사건 일으키는 인물”이라며 “깃털처럼 가볍고 전형적인 로코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보다는 은근히 구수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많은 캐릭터라 정겹게 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주변 지인들의 얘기 때문이었다. ‘서른 되기 전에 로맨틱 코미디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은데 왜 안하나. 남들이 보면 못하는 줄 알겠다’는 말이 그를 자극했다. 문채원은 “그런 말들의 영향력이 컸다”면서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걸 저 스스로도 한번 보고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오늘의 연애’는 제목부터 사랑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18년 동안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지낸 준수(이승기)와 현우(문채원)가 주인공이다. 각자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도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술도 마신다. 늘 곁에 있어주는 준수가 편하기만 한 현우는 그에게 볼꼴 못 볼꼴을 다 보인다. 극중 유부남인 회사 상사를 사랑하는 현우가 괴로움에 못 이겨 술을 마실 때 찾는 이는 결국 늘 준수다.


한 가지 걸리는 건 ‘불륜녀’라는 설정이다.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망설여졌을 법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 도전도 처음이지만 ‘오늘의 연애’는 문채원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기에 더 그렇다. ‘찬란한 유산’(2009) ‘공주의 남자’(2011)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 ‘굿 닥터’(2013) 등을 통해 브라운관에선 이미 인정받은 그이지만 스크린에선 이제 막 시작단계다. 하지만 문채원은 망설임 없이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륜 설정에 대한 부담보다는 오히려 너무 짧은 런닝타임 안에 여러 상대와 스토리가 있다는 게 좀 (그랬죠). 준수에 대한 사랑을 깨닫기 전에는 동진(이서진)·효봉(정준영)과의 얘기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너무 급박하게 그려지는 게 아닐까 싶긴 했어요. 관객들 공감을 못 얻으면 이 영화는 완전 꽝인데….”

문채원이 고민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캐릭터가 호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문채원은 현우라는 인물을 먼저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는 “즐겁게 보는 로맨틱 코미디에 개인의 아픔을 얼마나 넣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면을 넣으면 그 인물이 까불거나 욕을 해도 덜 미워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현우는 홀어머니 밑에서 형제도 없이 컸거든요. 오래 전부터 제주도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친구 집에서 얹혀살다가 이제 막 독립을 시작한 (친구예요). 사실 더 외롭단 말이죠. 그래서 더 정에 고프고. 근데 사회에서는 예쁘답시고 은근히 따 당하는 스타일이고. 본인은 꿋꿋하게 그걸 이겨내려고 하고. 그런 과정에서 동성친구보다 이성친구와의 정이 더 쌓인 거죠.”

담담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문채원을 바라보다 어느 순간 현우와 겹쳐보였다. 그만큼 많은 인물에 대한 고민을 했고 온전히 캐릭터를 이해했다는 얘기가 된다.

현우를 연기하면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애착이 조금은 커진 걸까. 문채원은 다시 로맨틱 코미디 출연 제의가 들어와도 응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다만 “스토리가 재밌고 캐릭터가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는 건 잊지 않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