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안산 인질사건’ 피의자 김상훈(46)에 대한 현장검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악의 연속이었다. 2명을 살해하고도 반성은커녕 유족에 대한 조롱과 분노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이는 그의 모습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김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통합유치장이 있는 안산단원경찰서를 나와 약 20분 뒤 범행현장인 안산시 상록구 다세대주택에 도착했다. 이미 현장에는 유족과 인근 주민 등 100여명이 모여 있었다.
검은색 패딩점퍼에 오른손에는 붕대를 감은 김이 호송차에서 내리자 곳곳에서 “네가 인간이냐” “사형시켜라” “어떻게 사람이 돼서 그런 짓을 하느냐”라는 등 분노가 서린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날 인파 속에는 김과 별거 중이었던 부인 A씨(44)와 김이 살해한 A씨의 전 남편 B씨(49)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21)도 있었다. 그는 인질극이 일어날 당시 출근한 상태였다.
김이 건물 복도 앞에 다다르자 아들은 김의 뒷모습에 대해 “김상훈, XXX야”라며 “너 왜 우리 엄마 괴롭히냐”고 소리쳤다.
주민들의 말에는 반응을 하지 않던 김은 뒤돌아보더니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피식 웃더니 웃음기가 담긴 표정으로 “네 엄마 데려와”라고 놀리듯 말했다.
그런 김의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은 “세상에” “어머, 어머”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B씨 아들을 비롯한 유족들은 김이 1시간 1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현장검증을 끝내고 나오자 다시 한 번 욕설을 했다. 호송차에 오른 김은 웃는 표정을 하고 그들을 노려보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은 침입에서부터 B씨 동거녀(32)와 두 딸 포박, 감금, B씨 살해, 막내딸(16) 성추행 및 살해 등 범행을 모두 재연했고, 일각에서 제기된 막내딸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하며, 추행만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네킹을 상대로 한 재연에 별다른 죄책감은 없어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송치시한(23일) 전까지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