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4명을 포함해 130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처음으로 발화가 일어난 4륜 오토바이 운전자를 실화(失火)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본부는 오토바이 운전자 김모(53)씨가 키를 빼기 위해 키박스에 라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이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오토바이에서 키가 빠지지 않아 잠시 살폈을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수사본부는 화재 직전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김씨가 라이터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라이터 사용이 발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밀 분석 중이다.
수사본부는 김씨에 대해 과실치사상 혐의를 추가하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 심사는 21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김씨는 지난 10일 오전 9시 15분께 의정부3동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오토바이에서 불이 나게 한 혐의(실화)를 받고 있다.
또 이 불이 건물 3동과 주차타워, 단독주택 등으로 옮겨 붙어 4명이 숨지고 126명을 다치게 한 혐의(과실치사상)도 받고 있다.
당시 김씨도 대피하다 부상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조사 결과 김씨는 이날 오토바이를 주차한 뒤 키를 빼려는데 추운 날씨 탓에 잘 빠지지 않자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키박스를 녹였다. 경찰은 김씨가 라이터를 사용할 때 전선 피복이 녹으면서 합선이 일어나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이 부분에 맞춰 오토바이를 정밀 감식하고 있다.
김씨는 불이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를 사무실로 사용했으며 화재 당일 오전 9시 13분쯤 두 달간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를 1층 주차장에 주차했다.
김씨가 1분 30초가량 오토바이를 살피다 자리를 뜬 뒤 다시 1분여가 지나 오토바이에 불이 나기 시작했으며 불길이 앞에 있던 2륜 오토바이로 옮아붙으면서 건물 전체로 확대됐다.
한편 경찰은 불이 난 ‘도시형 생활주택’의 불법 건축 여부도 집중 수사해 대봉그린아파트와 바로 옆 드림타운에 비(非)주거용으로 허가받은 10층 오피스텔을 쪼개 원룸으로 임대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건축법 위반 혐의로 서모(63)씨 등 건물주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는지와 안전규정에 맞게 건물을 지었는지 등 부실시공 여부에 대해서도 시공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중이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