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완전 미친 X이네”
“내가 보기엔 별로 잘못한 거 없어 보이는데”
“헐 진짜 내린다 진짜 붙이고 있어 살다살다 이런 경우 처음 봐 출발 안해”
“저 여자 하나 때문에 몇 사람이 피해 보는 거야 와우 이제 출발한다”
조현아(41·구속)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난달 5일(현지시간) ‘땅콩 회항’ 사건 순간에 목격자가 친구에게 보낸 모바일 메시지 카카오톡 내용입니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미국 JFK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편 일등석에 앉은 승객이죠.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이 모니터로 공개했다고 합니다. 내용이 너무 적나라해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해 화면을 내리고 낭독했다고 하네요.
당시의 상황이 머릿 속에 그림처럼 그려지는 듯 합니다. “미친 X” “내가 보기엔 별로 잘못한 거 없어 보이는데” “살다살다 이런 경우 처음 봐”에서 조 전 부사장의 질책이 도를 넘었고, 지켜보는 이로서는 황당한 장면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저 여자 하나 때문에 몇 사람이 피해 보는 거야 와우 이제 출발한다”에서 조 전 부사장의 행위로 인해 다른 승객들도 확실히 불편함을 느꼈다는 걸 알 수 있죠.
욕설이 섞였음에도 이 승객의 메시지 내용은 애초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사건 경위를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 취급돼 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목격자가 이 메시지를 쓸 때는 앞에서 화를 내고 있는 여자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 3세의 장녀라는 걸 몰랐기 때문입니다. 알았다면 개입됐을 지 모를 부유층에 대한 반감이나 편견이 배제된 감정 표출이었다는 겁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법정 다툼에서 끌어낼 수 있는 최대 포인트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혐의를 피해가는 걸로 잡은 듯 보입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 죄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으로 다른 4개(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비해 처벌이 강력합니다.
조 전 부사장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논란이 분분한 ‘항로’에 대한 일반적 정의를 항변했고, 대한항공은 그동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었던 사건 당시 KE086편이 후진했다가 탑승게이트로 돌아오는 순간이 담긴 JFK공항의 CCTV 영상을 공판이 시작되자 ‘시원하게’ 공개했죠.
대중을 향한 공개 취지는 쉽게 표현해 ‘당신들도 봐라, 이 정도 움직인 것 가지고 항공기항로변경이라고 할 수 있느냐’ 입니다.
방어권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 나름의 근거를 갖춰 혐의를 부인하는 걸 뭐라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조 전 부사장 측에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당신들도 목격자 카톡 좀 봐라, 항공기항로변경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 가지고 그 행위가 별 것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