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취업준비생’ 당신…지금 ‘참고’ 있나요, ‘견디고’ 있나요

[이슈 인 심리학] ‘취업준비생’ 당신…지금 ‘참고’ 있나요, ‘견디고’ 있나요

기사승인 2015-01-21 12:07:58

2014년 청년 실업률이 9%에 이르렀다. 통계청이 청년 실업률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라고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은 2015년 대한민국 청년 실업률이 13.1%로 악화될 거라고 전망을 하고 있다. 전국 청년 고용률은 2011년에 40.5%였다. 2012년에는 40.4%, 2013년은 39.7%, 2014년은 40.7를 기록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새벽에 일어나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한다. 매년 떨어져도 일터를 찾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준비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점심을 일부러 혼자 먹는 취업준비생들도 많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잘 나누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웃을 일도 거의 없고 우울, 불면증 등과 같은 정신적, 신체적 질환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취업준비생이 늘었다느니, 실제로 취업 스트레스를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느니, 범죄의 유혹에 빠져 범법자로 전락한다느니 하는 소식은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해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들어본 얘기이다. 그러면 좀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다.

“취업준비생들은 ‘견디는 것인가’, ‘참는 것인가’”

심리학에서는 ‘견디다’와 ‘참다’를 구분한다. 외부로부터의 어려움과 아픔은 ‘견디는 것’, 내부로부터의 어려움과 아픔은 ‘참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견디는 것에 익숙하게 된 사람이 있고 반대로 참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있다. 이것은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외부의 어려움을 건강하게 견디는 모습을 가정 내에서 보고 자란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 똑같이 외부적인 환경의 어려움을 잘 견뎌낸다. 하지만 반대로 환경적 어려움에 힘들어하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모습으로 지속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자녀는 ‘건강하지 못한 반응 시스템’에 중독이 된다. 이런 아이는 성장해서 조금만 힘든 환경이 주어지면 화를 내고 심해지면 우울증에 쉽게 걸리게 된다. 놀라운 점은 이 시스템에 중독이 되면 건강한 환경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스스로 외부적 환경을 비판하고 불만을 늘어놓아야 편한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또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내부의 생리적인 현상이나 욕구와 본능을 건강하게 참아내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보고 배운 대로 내부의 문제를 잘 참아낸다. 하지만 화를 참지 못하고, 소음을 참지 못하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라서 부모의 모습 그대로 참지 못하는 다혈질의 사람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판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CEO가 돼고,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후라도 결국 터지게 돼 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감과 자존감도 구분한다.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면 스스로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자존감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인지를 아는 것을 말한다. 지식이 높아서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가지게 되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사람은 ‘자신감은 높지만 자존감은 낮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살인도 하고 불법도 저지른다. 하지만 지식이 부족해서 연봉이 낮은 직업을 가지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아는 사람은 '자신감은 낮지만 자존감은 높은 사람'인 것이다. 이런 사람은 주위 모든 사람을 가치 있게 대한다.

취업이 되지 않아 우울증에 시달리고 약물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자신의 문제가 견디는 것에 약한지, 참는 것이 약한지 또 자신감이 부족한지 자존감이 부족한지를 먼저 분석을 해야 한다. 분석을 하면 자신의 말과 행동 그리고 심리를 파악하게 된다. 약물치료가 무서운 것은 중독이다. 약물에 중독이 되면 더 강한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이 새는 원인인 구멍을 막아야지 새어나오는 물만 버린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외부로부터는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튼튼하게 견뎌낼 수 있고 내부로부터는 국민들의 경제적 아픔을 해결하면서 참아낼 수 있는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그래야 취업준비생들도 그런 국가를 보며 성장해 국가의 주인인 건강한 국민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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