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환자인 줄 알았던 김상훈, ‘악마의 아바타’였다

[이슈 인 심리학] 환자인 줄 알았던 김상훈, ‘악마의 아바타’였다

기사승인 2015-01-21 15:32:55

‘안산 인질범’ 김상훈(46)의 정액과 유전자(DNA)가 의붓 막내딸 몸에서 검출됐다. 성폭행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취재진을 향해 “경찰이 내 말을 막고 있다.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외쳤던 그였다. 가족과 타인의 인권을 짓밟은 후 자신의 인권을 외친 꼴이다. 그의 거짓말은 계속 이어진다. 성폭행 사실뿐만 아니라 범행의 계획성도 거짓이었다. 김은 범행계획이 없었다고 했지만 인근 마트에서 목장갑을 구입한 것이 주변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심리학에서는 목숨과 생명의 개념을 구분한다.


목숨은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목’이고 숨을 쉬다의 ‘숨’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목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시면서 스스로를 움직인다. 목숨은 능동적이다. 목숨은 의지를 포함한다.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 가족에 대한 마음을 비유해서 말할 때 사용된다. 하지만 생명이라는 것은 추상적이면서도 바꿀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자연스러운 ‘사람의 무늬’를 말한다. 생명은 신성한 것이다. 목숨이라는 개념은 생명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면서 목숨을 바꿀 수도 있을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파리 목숨이나 하찮은 목숨이 되기도 한다.

김은 목숨과 같은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까지 했다. 딸의 목숨을 아빠가 없앤 것이다. 악마의 영어단어인 ‘devil’은 어원이 ‘분리, 분열’의 뜻이다. 딸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또 하나의 망상인 여자를 만들어내서 분리시킨다. 이렇게 나눈 망상의 여성을 진실로 믿으며 사랑하고 증오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악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은 사람의 무늬를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악마의 무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 전력이 있는 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 반성,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 등을 표출한다. 그런데 가끔 ‘상담 시작 자체가 불가능한’ 이들이 있다. 사람이 곧 ‘괴물’ 혹은 ‘악마’가 돼버린 경우이다. 괴물이나 악마가 둘러싼 거대한 막에 갇혀 자신을 잃어버렸다고도 할 수 있다. 너무 심한 표현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 외엔 표현할 길이 없다.

김도 이들과 같다. 자체가 괴물이나 악마가 돼 버린 그에게 향후 후회나 반성 같은 걸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김의 경우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더 많은 정신병을 가지고 있지만 ‘분리’의 개념으로 분석하면 김은 자기 스스로를 ‘분리’시킨 경험에서 이 증세가 시작됐을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과대평가 받거나 과소평가를 받으면서 자라는 경우 실제 자신의 모습과 거리가 생기는 그 공간에 망상이 자리하게 된다. 과대평가의 경우에는 허황된 꿈이나 이기적인 마음이 자리하게 된다. 이것이 화석화되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동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과소평가의 경우에는 피해의식과 증오가 마음에 자리하게 된다. 이것이 지속되면 자신의 상처를 여성에게 ‘강간 도착증’으로 표출하거나 성적살인으로 드러낸다. 남성에게는 손이 아닌 칼을 사용하는 범죄로 이어진다. 가족 살인의 경우에는 살인도구로 칼보다는 손의 비율이 높다. 김의 경우에 칼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큰딸이나 막내딸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사형을 실제로 집행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생명은 부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인척 하지만 실제 사람은 아닌 ‘인간 아바타’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김은 목숨없는 살인자에 불과하다. 자신의 잘못과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스스로를 생명 없는 기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2의 김상훈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늘 말 뿐인 정치인들도 아니고 안 보인다고 폭행하는 교사들도 아닌 가정에서부터 신뢰와 사랑이 회복돼야 한다. 국민 스스로가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생명과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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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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