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제10구단 KT는 정말 ‘힘없는 어린 선수들’ 가지고 장난을 쳤나

[친절한 쿡기자] 제10구단 KT는 정말 ‘힘없는 어린 선수들’ 가지고 장난을 쳤나

기사승인 2015-01-22 15:33:55
KT 위즈 출정식 행사 당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올해부터 프로야구는 10개 구단이 자웅을 겨루게 됩니다. 당연히 제10 구단인 KT 위즈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22일 아침에 관심을 확 끄는 KT 소식을 접했습니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잘 알려진 에이펙스 장달영 변호사가 자신이 칼럼을 쓰고 있는 한 매체에 직접 썼더군요. 지난해 이메일을 통해 KT로부터 ‘계약 기간 중’ 방출을 당한 후 잔여연봉을 받지 못했다는 신고선수들의 제보를 받고 그 대응 과정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여러 스포츠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정작 연락이 와 기사까지 나간 곳은 스포츠가 아닌 경제 전문 매체 1곳이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야구 취재라면 2013, 2014시즌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때 타부서 파견 형식으로 구장에 가 더그아웃에서 해당 팀 감독들과 이야기나 몇 마디 해 본게 전부이고, 구단들이나 KBO(한국야구위원회) 정식 출입을 해본 적도 없는 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장 변호사의 글로 처음 알게 된 거죠.

이런 의혹에 대해 왜 기자들의 취재가 들어오지 않았나 의아해하며 바로 에이펙스 홈페이지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장 변호사와 통화를 했습니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선수 6명을 방출했습니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2014년 2월부터 11월까지이고, 해당 선수들은 자신들이 방출돼야 할 명확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놀라운 건 KT가 이들을 방출하고 한동안 잔여연봉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만일 기량 부족 등의 이유로 선수를 방출하기로 결정하면 다음 연도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인 게 원칙입니다. 만일 계약 기간 중에 방출하면 잔여연봉을 줘야 한다는 게 장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장 변호사는 “실제로 KT 구단 계약 내용에도 ‘구단 사정에 의해 해지할 경우 잔여연봉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며 “확인 결과 이 선수들에게 잔여연봉을 주지 않아도 될 근거는 KBO 규약을 포함해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수들이 받지 못했던 돈은 적게는 약 1000만원, 많게는 약 2000만원으로 다 합치면 900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까지도 프로야구 핫이슈였던 자유계약(FA) 기사들에서 수십억 원이 ‘우습게’ 거론되는 걸 보고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6명은 이런 스타플레이어(라면 방출될 일도 없죠)가 아닙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신생 프로팀에 막 입단한 20대 초반의 선수들입니다. 이 어린 선수들에게 1000만~2000만원은 피 같은 돈입니다.

변호사가 선수들을 도우며 대응에 나서자 KT는 최근 “미지급 연봉은 전액 주겠다”고 전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계약, 방출 과정에서 KT가 선수들을 상대로 행한 잘못된 처사에 대해 정신적 피해 위자료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KT는 현재 “고민 중”이라고 하네요. 장 변호사는 KT가 위자료 지급을 거부할 경우 소송전에 돌입하겠느냐고 묻자 “선수들 입장부터 들어보고”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대로라면 KT는 결국 ‘힘없는 어린 선수들’ 가지고 장난을 쳤다가 의외로 대응하고 나오자 그때서야 원칙대로 한 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갑질’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겠네요.

하지만 여기까진 ‘순전히’ 장 변호사의 얘기입니다. 대화 속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그래서 KT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일단 “신생팀으로서 일 처리가 미비하고 부족했던 부분은 있었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곧 1군 무대에 데뷔하는 팀으로서 이렇게 선수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 아쉽다. 곧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해석하기 애매한 내용도 아니고 계약 내용에 ‘구단 사정에 의해 해지할 경우 잔여연봉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들었는데 이행이 바로 안 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 뒤에 다른 문구가 있는데 현재 외부에 있어 확인할 수 없다”며 다른 관계자 번호를 가르쳐줬습니다. 그래서 이 관계자에게 전화를 하니 ‘회의 중이라 전화받기가 어렵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왔고, 제 소개를 한 후 ‘회의 끝나시면 전화 부탁드립니다’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기사가 나간 후 KT는 ‘지난 19일에 잔여연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내부 행정처리로 발표가 늦어졌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뿌렸고,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KT는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나이 어린 신고선수들을 상대로 장난을 친 걸까요. 통화 말미에 장 변호사가 했던 말로 기사를 마치겠습니다.

“그 선수들, 이제 선수로는 야구 안 하겠답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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