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재판] 검사 “해경 처음 봤을 때 뭐하던가요?”, 단원고 학생 “아무 것도 안 하던데요”

[세월호 재판] 검사 “해경 처음 봤을 때 뭐하던가요?”, 단원고 학생 “아무 것도 안 하던데요”

기사승인 2015-01-27 17:08:55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세월호 생존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사고 당시 해경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 목포 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에 대한 재판에서 단원고 학생 2명, 일반인 승객, 화물차 기사 등 4명을 증인으로 불러 당시 상황을 들었다.

단원고 학생 A군은 “선내 안전 펜스를 딛고 구조를 기다렸을 때 헬기 소리가 크게 들렸고 해경을 처음 봤다”고 설명했다.

A군은 “당시에 해경이 뭐했냐”고 검사가 묻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기했다”고 대답했다. 이 때 방청석을 가득 메운 피해자 가족 100여명은 웅성거렸다.

증인들은 “갑판으로 나오라든지, 바다로 뛰어들라든지, 퇴선을 유도한 해경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모두 “없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구조 과정에서 해경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도 못했고 123정이 구조를 위해 현장에 도착한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A군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잘은 모르지만, 이번 재판의 쟁점(피고인의 주장) 중 하나가 세월호가 너무 기울어 움직이기 어려워 선내 진입을 못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저 그림(법정 모니터에 제시된 선체 구조 도면)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증언한 생존 학생 B군은 “우리 반에서 저 혼자 얼떨결에 빠져 나왔다”며 “해경이 한명이라도 더 도와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흐느꼈다.

이날 법정에는 침몰 순간까지 커튼, 소방호스 등을 이용해 구조에 총력을 다하는 장면으로 감동을 준 ‘파란 바지의 영웅’ 김동수씨도 나왔다.

김씨는 “밤마다 나를 죽이려고 누가 쫓아오는 꿈을 꿔 아내에게 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아내가 일을 하고 고3이 되는 딸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살아남은 것이 죄가 되느냐”고 흐느꼈다.

김씨는 “왜 배에서 일찍 나오지 않아서 이런 고통을 받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딸이 빠지면 누가 구해주겠느냐. 아빠는 같은 일이 생겨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피고인이 진실을 말한다면 이렇게 증인으로 나오지 않아도 될 테니 제발 진실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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