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테스토스테론을 몰라? 박태환 도핑 양성 미스터리

[친절한 쿡기자] 테스토스테론을 몰라? 박태환 도핑 양성 미스터리

기사승인 2015-01-28 11:25:55
ⓒAFPBBNews = News1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5)이 '도핑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수영 약체국이라는 이미지를 깨뜨린 한국 스포츠 영웅이며, 국민들의 호감을 한 몸에 받아온 건강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청년 박태환이 이런 일에 휘말렸다는 자체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기자라는 것을 떠나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일과 관련돼 박태환은 아무 잘못도, 실수도 없었기를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박태환 측과 병원 측의 주장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조합해 그려보면 영 깔끔하지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박태환은 지난해 7월 문제의 병원에서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포함된 ‘네비도(nebido)’ 주사제를 맞았습니다.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스포츠 선수들에게 복용이 금지된 약물 성분으로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이름입니다. 스포츠를 좀 즐긴다는 일반인들도 테스토스테론하면 금지 약물이란 걸 바로 아는 정도입니다. 스포츠 스타의 금지 약물 소식만 나오면 단골로 등장하는 게 이 테스토스테론입니다.

30대 이상의 독자들이라면 벤 존슨(캐나다)을 기억하실 겁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라이벌 칼 루이스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곧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이 드러났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바로 테스토스테론입니다. 결국 벤 존슨은 이전 국제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것이 밝혀져 모든 기록을 박탈당했고 초라하게 육상계를 떠났습니다.

병원 측은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 주사를 놨고 금지약물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태환이라는 선수에게 주사를 놓는 의사가 테스토스테론에 대해서 몰랐다는 의미입니다. 이해가 안 됩니다. 사실이라면 박태환은 왜 이런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관리를 맡긴 걸까요.

박태환 측 역시 해명이 석연치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박태환 소속사 팀GMP는 26일 낸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약 2개월 전 한국에 머물 때 모 병원으로부터 무료로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척추교정치료) 및 건강관리를 제공받았다”고 밝히며 “당시 카이로프랙틱을 마치고 나서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놓아 준다고 할 때, 해당 주사의 성분과 주사제 내에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지 수차례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때 의사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주사라고 거듭 확인했지만 알고 보니 아니었다는 거죠.

그런데 이 내용을 잘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은 후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놓아준다고 했는데, 당시 병원에서 무슨 주사라고 했는지, 어떤 이유로 놓아준다고 했는지, 그런 걸 물어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상상을 해 보시죠. 박태환 같은 선수와 관계자들이 의사가 “주사 한 대 놔드릴게요”라고 하자 무슨 주사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금지약물 성분 없는 거죠?”라고만 확인하고, 다시 의사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후 주사를 놓는 모습을. 납득이 안 됩니다.

이후 조사에서 의사가 말한 것처럼 당시에도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들었다면 박태환 측은 성분을 적극적으로 확인했어야 합니다. 그저 의사가 문제없다고 말한 것만 믿고 주사를 맞았다면 박태환이란 선수의 위상을 생각했을 때 너무나 어이없는 처사입니다.

이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제정해 각국 반도핑 기구가 공유하는 세계도핑방지규약(World Anti-Doping Code)에서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규약 제10조 4항에서는 ‘만약 선수 또는 기타 관계자가 개별 사안에서 과실 또는 부주의 없음을 입증한다면, 그에 해당되는 자격정지기간은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주해의 (b) 항목은 ‘선수에게 알리지 않은 채 선수의 주치의 또는 트레이너에 의한 금지약물의 투여(선수는 자신의 의료요원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고, 어떠한 금지약물도 복용할 수 없다고 자신의 의료요원에게 알릴 책임이 있다)’가 제10조 4항의 예외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선수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했다면 설령 선수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이를 예방할 의무는 전적으로 선수에게 있다고 못 박은 겁니다. 금지약물을 복용해놓고 ‘몰랐다’고 항변하는 악용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취지입니다.

팀 GMP는 ""해당 병원이 왜 금지약물을 투여했는지 이유와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법률팀과 노력 중이며, 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강력히 묻겠다""고 했습니다. 부디 이 사건이 영웅의 위기나 몰락이 아닌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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