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는 김모(31)씨와 유모(33)씨는 이 주차장에서 여성의 비명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이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주차장으로 뛰어 들었고, A씨(29)를 성폭행하려던 이모(41)씨를 제압했다.
김씨와 유씨는 112에 신고해 이씨의 신병을 경찰에 넘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A씨에게 “난 경찰이다.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접근해 후미진 주차장으로 끌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강제로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김씨 등에게 제지당해 미수에 그쳤다.
전과 9범인 이씨는 범행 당시에도 이미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경찰은 이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기소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두 젊은이의 용기가 또 한 명의 성범죄 희생양이 나올 수 있었던 순간을 막은 것이다.
이에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8일 김씨와 유씨가 알하는 음식점을 직접 방문해 감사장과 신고보상금 30만원씩을 수여했다.
구 청장은 “112 신고는 아무리 빨리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며 “시민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를 두 분께서 모범적으로 보여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112 신고 출동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는데, 신속한 출동을 넘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고 도주했을 때라도 도주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찰관들도 현장에서 검거하면 경감까지 특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록색 후드티에 트레이닝용 바지를 입고 나타난 김씨는 행사 직전까지 음식 배달을 다녀왔다. 이들은 상장 수여 후 기념 촬영에서는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지만, “좀 웃으세요”라는 구 청장의 말에 가벼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씨는 “얼떨떨하고, 신기하다. 믿기지 않는다”며 “나도 이 동네에 오래 살았는데 어떻게 돕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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