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친절한 쿡기자=권남영 기자] 영화 ‘국제시장’은 그야말로 특급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12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부산 국제시장엔 자연히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흔한 일이지요. 보통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하면 촬영지까지 화제가 되곤 하니 말입니다.
영화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국제시장 방문객은 하루 8만~10만여명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운영하는 꽃분이네는 단연 인기입니다. 영화에서 덕수 가족 삶의 터전이 되는 장소로 등장하죠. 방문객들에게 꽃분이네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건 필수코스입니다.
얼핏 ‘꽃분이네 대박 났겠구나’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꽃분이네가 폐업 위기에 놓였다는 겁니다. ‘대체 왜?’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꽃분이네 사장 정재영씨가 2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답답한 속사정을 털어놨습니다.
정씨는 “국제시장 영화가 기회인 줄 알았는데 ‘화(禍)’가 돼서 돌아왔다”고 한탄했습니다. 그는 “(우리 가게는) 원래 장사가 잘 안 돼 권리금 형성도 안 되던 곳”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임대인이 ‘꽃분이네가 잘 되니 부동산에서 난리다’ ‘5000만원을 주고 전세권자로 장사를 하든지 아니면 나가라’고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인파가 몰려 장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주말엔 인파 수십만명이 몰려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다네요. 정씨는 “장사는 장사대로 안 되고 본의 아니게 주변 가게들에도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정말 가까운 사이였던 이웃이 지금은 얼굴을 못 볼 정도의 원수가 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꽃분이네라는 자체가 화근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주 서울 강남구의 JK필름 사옥에서 만난 윤제균 감독도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국제시장 개봉한 뒤에 부산에 내려가 본 적이 있으시냐”는 가벼운 질문을 던졌는데 윤 감독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었죠. 당시 그는 “이 얘길 기사에 꼭 좀 써 달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윤 감독은 “국제시장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반겨주셨다”며 “일단 사람들이 많이들 오시니까 좋아들 하시더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그런데 가시면 사진만 찍지 마시고 물건도 좀 (샀으면 좋겠다)”이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습니다.
그는 “꽃분이네를 (사진) 찍는 건 괜찮은데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근처 가게들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그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도 물건 같은 걸 좀 사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죠.
영화에 대한 내용 위주로 인터뷰 기사를 쓰다 보니 당시 기사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좀 더 빨리 이 내용을 전했다면 사정이 나아졌을까요? 윤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 가게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까지 이른 참담한 상황입니다.
‘국제시장’은 뜻하지 않은 정치색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흥행에 도움은 됐겠지만 제작의도와 상관없는 논란이 반가운 일은 아니었죠. 그런데 상영 막바지에 또 한 차례 폭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잘 되는 영화의 숙명일까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