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박근혜가 잘 몰라서” “국익에 무슨 도움되나”…신·구 대통령 충돌 양상

[MB 회고록] “박근혜가 잘 몰라서” “국익에 무슨 도움되나”…신·구 대통령 충돌 양상

기사승인 2015-01-30 10:48: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이명박(MB·사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둘러싸고 전·현직 대통령 간의 갈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30일 곧 출간을 앞둔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를) 박근혜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회고록에서 이 분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배경을 전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며 “성공한 것만 넣으면 자기 자랑인데, 회고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북한과의 비공개 접촉이나 이런 것에 대해 실패한 비공개 접촉은 공개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후 북한이 정상회담과 사과 등의 ‘대가’로 쌀 50t을 요구했었다는 등의 남북 접촉 비사(秘史)를 회고록에서 공개, 이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어 “남북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최소한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들은 모르고 가라는 건데, 언제까지 그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미 외교 등을 포함해 모든 걸 공개할 수 없어 이 부분은 상당히 깎아서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전 수석은 당시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무산된 것이 ‘북한의 갑질’을 고치려 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진전되면 그 진전에 따라 지원되는 건 국민들도 이해하고 용납되지만,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돈이나 쌀의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해 봤는데, 그 결과가 뭐냐. 그런 방식이 성공했으면 그 길로 계속 갔을 것”이라며 “북한이 자기들이 ‘갑’인 것처럼 행세하는 건 맞지 않다.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갑질하는, 조공받는 태도를 고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베이징 등에서 접촉했을 때 돈을 내놨다는 얘기는 남북 접촉을 하면서 북쪽에 ‘여비’를 대줬던 건데, 이건 관례처럼 돼있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몇 억 달러, 몇십 억 달러를 주는 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내용에 대해선 “관련 기록을 찾아보고, 확인해 저술했다”며 회고록 내용이 ‘팩트’라고 강조한 뒤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기 때문에 회고록을 쓰는 입장에서 이 전 대통령도 오히려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부분의 소개와 관련해 “자칫 고인을 비난하는 꼴이 돼 굉장히 신중했다. 회고록에 밝히지 않은 내막은 그보다 훨씬 더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정식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고록에서 지난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의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는 2007년 대선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도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지원유세를 요청했다”며 “박 대통령이 충청도민들에게 수십군데 지원유세를 하면서 약속한 그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내용들이) 이미 여러 차례 당시에 보도도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는 2005년 여야가 국토균형발전으로 협상 끝에 합의한 사안이고, 그 이후 지방선거, 총선거, 2007년 대선 때 당의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MB 회고록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이번 일을 계기로 신구 정권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MB측이 경계하는 상황에도 이번 회고록 발간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대선승리 이후 세종시 이전은 공약대로 이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정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그런 관점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남북 간의 ‘돈거래’ 내용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화 내용을 세세하게 공개한 것에 대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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