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전날 야근을 해서 휴무일이었던 29일에 집에서 뉴스를 통해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되는 장면을 봤습니다. 장본인은 기무사령관(중장)까지 역임한 3성 장군 출신인 송영근(68·국방위원회) 새누리당 의원입니다.
송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병영문화개선특위 전체회의에서 최근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육군 여단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해당 여단장이 들리는 얘기로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가족도 거의 매달 (면회를) 안 들어왔다. (여단장이)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측면을 우리가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군 옴부즈맨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중 “‘하사 아가씨’가 룸메이트한테는 얘기했다고 하는데, (이는) 제도적으로 (얘기)할 채널이 없었다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외박 이야기에 대해선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왜냐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할 가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하사 아가씨’란 표현에 대해서는 몇 마디 하겠습니다. 왜냐면 아직도 나이가 좀 지긋하신 분들(물론 일부입니다)은 식당 같은 곳에서 “아가씨”라고 종업원을 부르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송 의원이 지금 혹시나 주변의 눈 때문에 말은 못하고 내심 ‘여자라서 아가씨라고 한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하며 혼란스럽다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친절한 쿡기자’답게 친절하게 쉬운 ‘팁(TIP)’을 드리겠습니다.
그냥 송 의원이 쓴 표현을 군인의 더 높은 계급 그리고 성별을 바꿔서 대입해 보세요.
국회에서 여군 장성을 말할 때 “그 장군 아가씨가…”, 남자 하사관을 말할 때 “그 하사 아저씨가 그러는데….” 혹시 여기까지도 이해가 잘 안 되시면 장성 출신이며 현 국회의원인 송 의원에게 누가 공식석상에서 “그 장군 아저씨가…” “그 송 의원 아저씨가 그러던데…”하는 걸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일부러라도 시간을 좀 내셔서 식당도 되고, 물건 파는 가게도 되고, 어디든 가셔서 다른 남자 손님들이 여자 아르바이트(알바)생들 부를 때 뭐라고 하는지 보고 오셨으면 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이 “저기요”일 겁니다. 특별한 직함이 없어 호칭이 마땅치 않음에도 ‘아가씨’라는 표현만큼은 일부러 안 한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언어의 의미는 사전적인 것 못지않게 사회적인 성격도 중요하죠. 일 하고 있는 여성에게 ‘아가씨’라는 표현을 쓰는 건 비하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고, 그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만 실천해보면 이해력이 특별히 떨어지지 않는 이상 본인이 얼마나 어이없는 짓을 하셨는지 느낌이 바로 오실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0일 송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하면서 “병영문화혁신 특위는 물론 국방위원회에서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방위원 사퇴까지 ‘해야 한다, 아니다’라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품위 손상’은 정말 제대로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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