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여단장 문제 나왔을 때 그 하사 아가씨가 옆의 아가씨한테는 이야기 했어요. 그렇죠?”
29일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에서 군 기무사령관 출신인 송영근(68) 새누리당 의원이 여단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 부사관을 ‘하사 아가씨’라고 표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 상황을 분석해보겠다.
1800년대에 심리학자인 에빙하우스(Ebbinghaus)의 실험에서 시작해 심리학자 융(Jung)으로 이어진 검사가 바로 단어 연상을 통해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현재는 이런 검사를 문장완성검사(SCT)라고 부른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을 어떤 단어로 채워 완성했는지 보고 그 사람의 내면의 욕구, 소망, 갈등과 같은 정보를 얻어내는 검사이다.
송 의원이 군 기무사령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송 의원을 통해 군인 전체를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1사단장과 3사관학교장을 거쳐 중장까지 지낸 송 의원의 ‘하사 아가씨’라는 두 단어를 보면서 송 의원처럼 여군을 이방인 취급하는 군인들이 없으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여단장뿐만 아니라 계속 불거져 나오는 군대 성폭력 사건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는 아가씨를 ‘처녀나 젊은 여자를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하사라는 분명한 직급과 성이 있는데 그것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군인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성’과 ‘이름’으로 나눠 분석한다. 외국에는 여성이 결혼을 하면 아버지의 성을 버리고 남편의 성으로 바꾼다. 온전히 남자의 문화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결혼 후에도 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 상황에서 남편이 아내와 싸울 때 평상시에 부드럽게 부르던 이름 앞에 ‘성’을 넣어 딱딱하게 부른다. 그건 ‘아직 나의 문화에 들어오지 않고 당신의 아버지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라는 걸 표현하는 것이다.
하물며 송 의원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하사관에게 ‘성’도 없고 ‘이름’은 ‘하사 아가씨’라고 해 또 다시 아픔을 주었다. 군인인데 군인이 아니라고 막말한 것과 나라를 지키는 모든 여군 부사관들에게 자신들이 뽑아놓고 이방인 취급을 한 것이다.
‘하사 아가씨’라고 부른 송의원은 이제 ‘송 아저씨’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으로 송 의원의 이름을 국민이 어떻게 부르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