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BMW’에서 ‘윈스톰’이 되는 순간…차 이름으로 본 ‘크림빵 뺑소니’

[이슈 인 심리학] ‘BMW’에서 ‘윈스톰’이 되는 순간…차 이름으로 본 ‘크림빵 뺑소니’

기사승인 2015-01-30 13:52:55
MBN 뉴스 화면 캡처

29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허모(37)씨가 강력계 사무실을 찾아 자수했다. 그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자책감을 느꼈다. 죄짓고 못 산다”라고 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만큼 자책감이 극에 달하게 했고, 자수에까지 이르게 했는지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심리학 용어 중에 ‘고무손 착각현상(rubber hand illusion)’이라는 것이 있다. 진짜 손과 가짜 고무손을 팔에 연결하고 천으로 연결된 부위를 가린다. 그러면 사람은 자신의 팔이 두 개인 것처럼 보인다. 이 때 가짜 고무손을 망치로 내리치면 아프다고 한다. 또 붓으로 가짜 고무손을 문지르면 간지러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것은 ‘착각’이다. 실제로는 고무로 만들어진 장갑일 뿐만 아니라 감각이 전달 될 수가 없다. 이것은 눈으로 보는 것, 즉 시각만으로도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사고로 손이나 발을 잃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신체부위에 대해 고통이나 감각을 여전히 느낀다고 하는 ‘환상사지(phantom limb)’와 같은 원리다.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소유차량이 자신의 일부라는 인지를 하고 있다. 많은 시간 동안 차를 몰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차의 이름을 자신의 소유로 여기면서부터 신체일부라고 여기게 된다. 차 사고가 난 장면에서 자신의 차와 동일한 경우 감정이입을 해 화를 내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와 유사한 현상으로 휴대전화가 있다. 휴대전화가 없는데도 신체 일부에서 떨림을 느끼거나 소리를 들은 것 같은 현상을 경험한다. 22일에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이 학생의 스마트폰을 뺏으려 하자 선생님의 몸을 들어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사건이 있었다. 이것 또한 스마트폰을 자신의 일부로 여기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이름의 경우도 인간은 태어나서 부모로부터 받은 이름을 자신과 결부시켜 일치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말을 할 수 있는 36개월 정도쯤에는 이름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반응을 보인다. 이것처럼 용의자 허씨는 ‘윈스톰’이라는 자신의 일부인 차량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까지 되는 등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는 걸 보고 듣자마자 이제 자신이 완전히 들킨 것과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크림빵 아빠’라는 이름으로 수백 개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국민들은 크림빵 아빠가 우리의 아빠나 가족처럼 여기는 현상을 경험하게 됐고 크림빵 아내의 아픔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더욱 용의자 허씨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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