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차두리, 고마워”…끝내 들어올리지 못한 우승 트로피, 태극마크 반납

[아시안컵] “차두리, 고마워”…끝내 들어올리지 못한 우승 트로피, 태극마크 반납

기사승인 2015-01-31 21:34:55
ⓒAFPBBNews = News1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결승전을 앞둔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서울)의 표정은 유난히 더 엄숙했다. 그는 그라운드에 들어서기 전 비장한 표정으로 우승 트로피에 손키스를 전했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 태극마크를 단 마지막 경기.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가 누구보다 간절했을 차두리였다.


차두리는 애초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기량이 여전히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요청으로 이번 아시안컵까지만 뛰기로 했다.

대회 초반에 비틀거리던 슈틸리케호는 꾸역꾸역 승리를 거두면서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현재 대표팀의 최고령 선수인 차두리는 마치 전성기가 다시 온 것처럼 날았다.

특히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은 백미였다. 1대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연장전에 질풍 같은 70m 드리블에 이어 손흥민(23·레버쿠젠)의 추가골을 완벽하게 어시스트했다. 파워가 넘치는 그의 질주는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태극전사들은 “두리 형에게 우승컵을 선물하고 싶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차두리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가 결승전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에게 선발 출전의 기회를 줬다.

차두리는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해 안정된 수비에 치중했다.

호주의 공세가 예상대로 무서웠다. 하지만 차두리는 호주의 빠르고 힘이 센 윙어들을 더 탁월한 체격과 체력으로 제압해냈다. 관중석에서는 차두리를 연호하는 응원단의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오버래핑은 질풍 같았다.

전반 38분 공격수 이정협(상주 상무)의 패스를 받아 번개처럼 페널티지역을 돌파해 완벽한 크로스를 보냈다. 손흥민(레버쿠젠)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에게 차단돼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차두리는 이날 정규시간을 지나 연장전까지 120분 풀타임을 뛰었다.

연장 후반까지도 사력을 다해 뛰는 모습은 관중의 박수갈채를 자아냈다.

그러나 한국은 호주에 1대2로 석패해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을 잡고 은퇴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무산됐다.

차두리는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75차례 A매치에 출전했다.

차두리는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한 적이 없는 선수이기도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차두리는 2006년 독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호출을 받지 못하고 해설자로서 마이크를 잡았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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