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박창진, ‘가해자’ 조현아에 “더 큰 경영자 되는 발판으로 삼아라”

‘피해자’ 박창진, ‘가해자’ 조현아에 “더 큰 경영자 되는 발판으로 삼아라”

기사승인 2015-02-02 16:46:55
KBS 뉴스 화면 캡처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일명 ‘땅콩 회항’의 최대 ‘피해자’ 박창진(캡처 화면) 대한항공 사무장이 ‘가해자’ 조현아(41·구속)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뭘까. 한 두 개가 아니겠지만 가장 귀에 강렬하게 박힌 건 “(이번 사건을)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아 달라”였다.

박 사무장은 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땅콩 회항’ 사건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현재 심경을 말해보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고 있고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영방식으로 지금과 같이, 저와 다른 승무원들이 함께 당했던 그 날의 행위에 대해 본인이 진실성 있게 반성해 보셨으면 좋겠다”며 “저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서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조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지난 19년간 열심히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도,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다음에 더 큰 경영자가 되시는 발판 삼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이 얘기를 하는 중간 중간에 목소리가 떨렸고, 다한 후에는 휴지를 꺼내 눈물을 쏟았다.

한편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의 부친인 조양호(66)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조양호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저에게 사과했다고 했는데 전 한 번도 그 분에게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회사는 저의 업무 복귀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해 주고 있다고 얘기했던 걸로 안다. 이 또한 저는 그런 조치를 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고 받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이 사건으로 입은 피해를 구체적으로 진술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에 “대한항공 승무원으로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일해왔고 그날 또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런데 조 전 부사장 본인의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한 개인의 혹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무렇게나 다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일할 권리, 인권, 자존감, 등을 아주 치욕적이고 모멸감있는 행동으로 한번 죽였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조 전 부사장은 한번 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결과, 저와 같은 힘없는 사람 또 본인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치 봉건시대 노예처럼 생각해서인지 저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게 당연한 것처럼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새벽에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박 사무장은 법정에 이름표까지 단 채로 유니폼 차림으로 등장했다. 진술을 하는 내내 조 전 부사장을 쳐다보지 않았고,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들어온 조 전 부사장은 재판부에 꾸벅 인사를 한 후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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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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