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결심 공판이 2일 오후 열린 가운데 핵심 증인인 박창진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단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사무장은 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양호 회장이 (내게) 사과한 적은 없고 회사의 업무 복귀 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의 기내 폭력을 언급하며 “기내 폭언은 인권유린 행위”라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법정에서 증언하던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회사는 봉건시대 노예처럼 내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했을 뿐”이라며 “개인의 일할 권리와 자존감을 치욕스럽게 짓밟았다”고 진술했다. 또 사건 이후 사측의 내부 따돌림이 있었다고 전하며 “회사가 나를 ‘관심사병’으로 분류하려고 했다”며 “언론 취재에 대한 보호 조치는 전혀 없었으며 업무 복귀가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지난달 30일 대한항공 측과 면담한 뒤 1일부터 업무에 복귀해 부산과 일본 나고야 비행을 마치고 2일 오전 서울로 복귀한 상태다. 그러나 이 또한 박 사무장은 사측이 일부러 과중한 업무를 지웠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으며 “(조 전 부사장이)사건의 발단을 끝까지 승무원과 사무장 탓으로 돌리고 있으며 진지한 자성의 결과를 찾기 어렵다”고 이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의 회항에 대해서는 “사적인 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공적 운송수단을 사적으로 통제함으로서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한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검찰은 함께 구속기소된 여모(57·구속기소)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와 김모(54·구속기소)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과 국토부 조사 전 과정에 걸쳐 개입하고 조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이날 조 전 부사장은 “기내에서의 행동이 여승무원 김모씨의 서비스 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검사가 사건의 원인제공이 승무원과 사무장이라는 것이냐고 묻자 머뭇거리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행동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한 부분(폭언·폭행)에 대해서는 경솔한 행동이었고, 깊이 반성하고 있어 해당 분들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당당한 태도를 고수했으며, 당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