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불 타 죽은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26) 중위는 유력 가문 출신의 남성으로서 자연스럽게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인물이다.
알카사스베는 1988년 요르단 중부 카라크시에서 카사스베 가문의 8남매 일원으로 태어났다. 카사스베 가문은 요르단의 유력한 부족으로 요르단 왕가의 전통적 지지층답게 많은 남자가 성인이 되면 군에 복무했다.
알카사스베의 아버지 사피 씨는 교육학 교수 출신이며 현재는 요르단에서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이다. 삼촌은 현역 소장이다.
알카사스베는 20세였던 2009년 킹후세인 항공대학을 졸업하고 요르단왕립공군에 입대했다. 2012년 실전 배치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F-16기를 운용하는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의 제1 비행중대에 배속됐다.
그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요르단도 참가한 미군 주도의 IS 공습 작전에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이를 원하진 않았다고 한다.
사피 씨는 미국 NPR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당초 자신의 아들이 동료 수니파 무슬림에 대한 공습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했다면서 “우리 군은 요르단을 방어하라고 있는 것이지 미군처럼 전세계를 상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카사스베 중위는 비번이면 결혼 5개월 밖에 안된 신부와 가정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냈다.
그가 IS에 억류된 후 부친은 ‘알라께서 IS 형제들의 마음에 자비를 심어줘 관대하게 내 아들을 석방해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알카사스베의 형제도 그가 이슬람 절기 금식까지 실천하는 수니파 교도라면서 같은 종파인 IS에 구명을 호소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도 소용없이 알카사스베 중위는 끝내 철창 우리 안에서 산 채로 불길에 휩싸여 ‘공습 반대’ 선전효과를 노린 듯한 IS의 제물이 됐다.
알카사스베는 지난해 12월 24일 시리아 북부 락까 근처에서 방공망 무력화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자신이 몰던 F-16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낙하산으로 비상 탈출했으나 이내 지상의 IS 대원들에 붙잡혔다.
IS는 당시 열추적 미사일로 그가 탄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나 요르단과 미국은 엔진 이상 때문이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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