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극단적 선택의 배경은 생활고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모녀는 최근 3개월 간 도시가스요금도 내지 못했다. 이에 가스회사 측이 요금 납부 독촉을 위해 요금을 낸 적이 있는 둘째딸에게 연락을 했고, 이에 아파트에 간 둘째딸이 숨져 있는 모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안방 장롱에 각각 목을 맨 상태였으며, 시신은 부패해 말라가고 있었다. 식탁에는 밥, 국 등이 차려져 있었고 지갑에는 현금 15만원 정도가 들어 있었다.
시신이 부패한 정도, 도시가스 요금 체납 기간 등으로 미뤄 숨진 지 3~4개월은 지나 보인다는 것이다.
A씨는 15년전 이혼한 뒤 울산에서 살다가 5년전 포항에 와 미혼인 큰딸과 함께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울산의 집을 처분한 1억원으로 포항에 와 살다가 돈이 떨어지면서 생활이 힘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와 이웃주민들은 숨진 모녀가 이웃과 전혀 교류가 없이 외부와 단절해 생활해 왔으며, 평소 수돗물 사용량이 많고 함께 다니며 궁핍하게 생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모녀는 직업없이 생활했지만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평소 우울증 증세도 보였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지난해 추석 이후 모녀의 모습이 안 보였다는 점도 중시해 부검으로 정확한 사망시기와 사인을 가릴 방침이다.
한편 유족들은 “(목숨을 스스로 끊은 건) 생활고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의 정확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어머니 A씨는 15년전 이혼한 후 울산에서 살다가 집 두채를 판 돈 1억7000만원을 갖고 5년전 포항으로 와 현재의 아파트를 2500만원을 주고 사 큰 딸과 살아왔다.
1억원이 넘는 돈을 은행에 예금과 적금으로 넣어두고 이자로 별 어려움 없이 생활해 왔다는 것이다. 울산에 있는 작은딸과 사위도 잦은 왕래를 하진 않았지만 한두번 몇백만원씩 생활비를 보태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어머니가 평소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앓아온 큰딸과 함께 살았고 평소 딸이 잘못되면 함께 (저 세상으로) 가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사위 김모(56)씨는 “큰딸이 갈수록 병이 악화되자 부모로서 속이 많이 상하고 이를 보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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