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처음엔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5일 새벽에 인근 옹벽이 붕괴된 광주 남구 봉선동 대화아파트 경비원 강모(70)씨는 사고의 순간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새벽 3시 30분이 조금 넘어갔을 때 갑자기 ‘우르르 쾅쾅’하는 굉음과 함께 옹벽이 무너져 내렸다. 강씨는 순간 지진이 난 줄 알았단다. 아파트 현관 앞 경비실에 있던 그는 본능적으로 지하로 대피했다.
이내 지진은 아님을 알게 된 강씨는 상황을 파악하고 신고전화를 한 후 주민들에게 사고를 알리는 내부 방송을 했다.
고요한 새벽 시간에 곤한 잠에 들어있던 주민들은 깜짝 놀라 잠옷 차림에 겨우 겉옷만 챙겨 입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다. 붕괴 현장을 바라본 주민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젯 밤까지도 멀쩡했던 15m 높이 옹벽이 중간이 뚝 끊겨 콘크리트 사이 철근을 드러내고 수십 대의 차량 위를 덮친 상태였고, 그 위에는 제석산의 엄청난 분량의 토사가 쓸려 내려와 뒤덮었다.
토사에 깔린 차량 수십 여대는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나마 육안으로 보이는 10여대의 차량은 나무와 옹벽 토사에 찢기고 짓눌려 나뒹굴고 있었다.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장면이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점은 평소 차를 세워둘 공간이 부족해 차량 수십여대가 주차하는 곳이다. 사고가 새벽에 일어나 차 안에 사람이 없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 아파트 105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의 대피안내로 주변 초등학교로 긴급대피했다.
사고 발생 수 시간이 지나도록 현장에서는 토사가 흘러내렸다.
관계 당국은 이날 오전 긴급 안전진단 인력을 투입해 추가 붕괴 우려가 있는지 확인한 후 후속 복구절차를 진행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아파트 주변 CCTV 등을 확보해 혹시나 사고 당시 옹벽주변을 지나는 주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무너진 옹벽 바로 앞 동 주민들은 이날 오전 출근시간이 다가오자 아이 분유, 출근 가방 등을 챙기러 다시 아파트를 찾고 날이 밝아져 드러난 사고 현장을 다시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생필품을 가지러 다시 아파트로 들어간 주민들은 추가 붕괴가 우려가 있다는 말에 서둘러 다시 빠져나왔고, 조금 뒤늦게 되돌아온 주민들은 아파트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발만 동동 굴렀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93년 9월에 준공됐으며 사고가 난 옹벽도 같은 시기 구축됐다.
제석산 밑 자락을 절개한 지형에 옹벽을 세우고 그 밑쪽에 위치한 315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에는 옹벽 바로 앞에 있는 103동을 가운데 두고 101동과 102동이 양쪽에 있는 'ㄷ'자 구조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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