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또 서울대 교수 성희롱 제보…“토끼 사냥을 멈추시오!”

[이슈 인 심리학] 또 서울대 교수 성희롱 제보…“토끼 사냥을 멈추시오!”

기사승인 2015-02-05 14:10:55
4일 서울대 인권센터에 따르면 ‘수년간 경영대 A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학생의 제보가 접수되었다.

최근 잇따라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성희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성희롱의 원인을 분석해 보겠다.

성희롱은 영어로 ‘HARASS’이다. 이 단어의 어원을 보면 ‘토끼(Hare)’와 ‘엉덩이(ASS)’가 합쳐진 말이다. 토끼의 엉덩이를 쫓는 사냥개의 모습에서 이 단어는 ‘괴롭히다’의 뜻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하다’의 뜻을 가지게 됐다.

최근 A교수는 학생에게 “남자친구랑 갈 때까지 다 갔다며? 나랑은 뽀뽀까지 하면 되겠네. 속옷 사이즈가 어떻게 돼? 여자를 꼬시면 성추행이 아니다. 나를 꼬실 수 있겠느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의 진술에 따르면 신체적으로는 볼이나 손등에 뽀뽀하거나 허리에 손을 두르는 행위를 했다. A교수는 학생을 토끼로 보고 사냥하듯이 몰아갔다. 사냥꾼이 총으로 몰아가듯 말과 행동으로 몰아갔다.

1971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과 짐바르도(Zimbardo) 교수는 ‘모의감옥 실험’을 했다. 학생 24명을 선발해 교도관과 죄수 두 집단으로 나눠서 실험이 진행됐다. 실험 초기에는 서로 어색해하던 참가자들은 점점 자신들의 역할에 몰입했다. 처음에는 역할에 맞게 언어가 변화됐다. 이어서 행동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은 언어폭력을 보이다가 가혹행위로 죄수역할을 하는 학생들을 다루었다. 죄수역할의 학생들이 반항하면 할수록 언어폭력과 가혹행위는 더욱 강해졌다. 실험 5일이 되자 성적 고문까지 이루어졌고, 결국 실험은 중단되었다. 짧은 이 실험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엄청난 정신적 후유증을 가졌다.

이 실험은 강압적인 환경에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이 실험과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역할이다. 교수라는 역할은 말과 행동을 이용해 학생에 대한 강압이 가능한 위치다. 언제든지 토끼를 잡는 사냥꾼이나 사냥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옥이라는 환경과 대학교라는 장소의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권한과 역할이 왜곡되거나 남용되다 보면 교수는 강압하는 교도관이 되고 대학교 교실은 감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인간도 동물로 분류한다. 하지만 짐승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동물과 흡사한 약 3세 이전에는 신체적 욕구에만 의존하지만 언어를 배우면서 자아를 형성한다.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을 통해 도덕성이라는 초자아를 가지면서 인간들은 서로 ‘존중’이라는 개념을 가진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면서 자아를 형성하고 도덕성을 가지면서 초자아도 형성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동물’이 아닌 ‘짐승’으로 남게 된다.

더 이상 대학교에 성희롱하는 교수들이 존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많고 적음은 물론 ‘존중심’이 많고 적음도 교수임용 기준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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