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6일 강남구가 구룡마을 주민들의 자치회관으로 쓰이던 서울 개포동 농수산물 직거래용 가설점포 철거에 돌입해 다시 한 번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구룡마을은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무허가 판자촌이다.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강남에서 제대로 된 수도 설비도 갖춰져 있지 않은 빈민촌이며, 공교롭게도 불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자리 잡고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러다보니 구룡마을을 부로 빛나는 강남의 ‘그림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룡마을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면서 형성됐다. 서울 동남쪽 외곽 구룡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지금의 ‘구룡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의 정비를 위해 수 차례 철거 작업이 시도됐고, 이 때마다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처럼 구룡마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재임시절인 2011년에 개발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와 강남구는 보상 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개발 결정 당시 서울시는 공영개발 방침을 밝혔지만 이후 취임한 박원순 시장이 사업비 등을 고려해 토지주들에게 땅으로 보상하는 환지방식을 일부 도입하기로 하자 강남구가 반대하면서 사업이 표류한 것이다.
구룡마을은 전체의 90%를 백여명으로 구성된 토지주들이 가지고 있다. 땅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국가, 서울시, 강남구가 소유하고 있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구와 협의 없이 환지방식을 도입했으며 이런 결정이 토지주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결국 해당 문제는 국정감사에서까지 공방이 벌어졌고, 서울시와 강남구는 각각 감사원에 ‘맞감사’를 요청했지만 감사원은 명확하게 한쪽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해 8월 구룡마을 사업구역 고시가 실효, 사실상 사업이 무산됐다.
양쪽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는 사이 환경이 열악한 구룡마을에선 화재 등 수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큰 화재로 주민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만나 구두로 조속한 협의를 약속했다. 이후 서울시와 강남구는 한 달 만에 강남구의 주장대로 전면 수용·사용방식으로 개발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후 약 3개월이 지났음에도 양측은 세부 의견을 조율하는 데 난항을 겪고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수용·사용방식에도 일부 환지방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어 양측의 해석이 다른데다, 강남구는 환지방식을 추진했던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한 가운데 강남구가 이날 세부적인 협의 없이 자치회관 철거에 들어갔다.
강남구는 자치회관 건물이 당초 농산물 직거래 점포 용도의 건물로 신고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주민자치회가 자치회관으로 간판을 걸고 일부 토지주의 주택과 사무실 등으로 사용해온 불법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거주민들을 보살피는 행정을 하겠다는 원칙 아래 사업 재개를 발표했으면 주민과의 대화가 필수적이고 그동안의 갈등을 수습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렇게 확 뒤집어놓으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구와 세부 사업 계획을 함께 작성하고 있으며 주민과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강남구의 철거 작업은 잠정 중단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이날 주식회사 구모가 서울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가설점포에 대한 철거작업을 오는 13일까지 잠정적으로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