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완구 후보자님, 아무리 답답해도 ‘걔, 안돼’는 안 됩니다”

[친절한 쿡기자] “이완구 후보자님, 아무리 답답해도 ‘걔, 안돼’는 안 됩니다”

기사승인 2015-02-09 16:48: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어쩌다 나와버린 ‘말 실수’일까요, 숨겨왔던 그의 ‘속 알멩이’일까요. 어찌됐던 파장은 엄청 납니다. 이완구(사진) 총리 후보자의 ‘언론 외압’ 파문 이야기입니다.

KBS가 6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달 말 기자들과 서울 통의동에 있는 후보자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오찬을 하던 중 자신의 언론사 ‘외압 경험담’을 털어놨습니다.

녹취록에서 이 후보자는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며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부장 걔 안 돼. (라고 하면 해당 기자는)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말한 게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 이 후보자는 일국의 총리로서 ‘메가톤급 결점’을 가진 인물입니다. 언론·출판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가치입니다. 이 가치를 우습게 알아도 너무 우습게 알고 있는 겁니다. 기자 인사까지 자기 한 마디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내용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 후보자가 해당 발언이 있기 불과 며칠 전에는 (언론관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지난달 2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과 관련해 “언론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돼선 안 된다는 점을 대단히 무겁게 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공직자가 직무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연간 기준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겁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기에 언론인도 포함된 것이 취재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우려한 겁니다.

이 후보자의 이런 입장은 언론 자유의 가치를 ‘애지중지’ 여기는 걸로 받아들여졌는데, 사실은 ‘언론 길들이기’라는 ‘깊은 속내’가 담겨있었던 걸까요. 대체 ‘진짜’ 이완구는 어느 쪽일까요.

이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단이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과 격의없이 대화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오는 10일부터 이틀 간 열리는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더욱 볼만해졌습니다.

P.S - 아, 이 후보자님.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와서 사실관계 설명을 해도 안될 땐 본인의 위치와 그 위치가 가진 책임에 걸맞는 정당한 절차를 찾으시면 됩니다. 언론사 윗선에 전화해서 특정 기자 겨냥해 ‘걔, 안돼’라…. 그건 진짜 안 됩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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