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던 원세훈, “구속!” 판결 나오자 ‘미세한 손 떨림’

여유 있던 원세훈, “구속!” 판결 나오자 ‘미세한 손 떨림’

기사승인 2015-02-09 20:44:55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맨 앞)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국민일보 서영희 기자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9일 오후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된 서울고법 312호. “원심을 파기한다.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는 김상환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석에는 수십 명에 이르는 원 전 원장의 지지자들도 있었다. 이들로 보이는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 나왔다. 원 전 원장은 잠시 당황하는 듯 했지만 크게 동요하는 모습은 없었다.


재판부를 마주보고 앉아 두 시간여 가까이 거의 미동도 없이 판결 선고를 듣던 그는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고 나가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한 차례 둘러봤다. 얼굴은 다소 붉게 상기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해도 법원 직원이 내민 구속영장 발부 서류를 작성하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류 작성을 마친 뒤 입고 온 외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허둥대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재판에 맞춰 1시 40분쯤 법원 마당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여유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의 변호인은 실형이나 법정 구속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듯 기자들에게 “재판 후 법원 1층 입구의 포토라인 앞에서 짧게 한 마디 할테니 재판 들어갈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또 앞서 그는 이날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혹시라도 있을 반대 측의 소요를 대비해 법원에 신변보호 요청까지 해뒀다. 이에 따라 경찰 1개 중대(80명)가 법원에 파견돼 원 전 원장의 법정 입장을 보호했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구속돼 약속했던 ‘짧은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고, 반대 측의 소요도 일어날 일도 생기지 않았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그가 법원에 들어올 때부터 뒤를 따르며 보호하고 법정의 방청석을 두 시간여 동안 지켰지만, ‘실형 선고, 법정 구속’이라는 뜻밖의 결과에도 별다른 소란 없이 조용히 퇴장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인 이동명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선거법 위반을 1심에선 무죄로 봤는데 2심이 유죄로 본 부분이 아쉽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상고 여부에 대해선 “의뢰인을 만나보고 상의해봐야 한다”면서도 “판결문이 나오는 대로 검토해서 2심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해 상고 의지를 드러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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