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한 형사 사건의 심리를 담당해 온 수도권 지방법원 A 부장판사는 최근 논란이 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어묵 비하’ 혐의로 구속된 김모(20)씨 사건 기사에 대해 “모욕죄로 구속된 전 세계 최초 사례”라며 김씨를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의 댓글을 작성했다.
A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종북 세력을 수사하느라 고생했는데 안타깝다”는 댓글을 쓰기도 했다.
이 댓글의 경우 A 부장판사가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A 부장판사는 최근 수년 간 여러 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수천 개의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작성 경위 등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법관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국가공무원법, 법관윤리강령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일단 법관윤리강령 제7조 1항에는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2항에는 ‘법관은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임원이나 구성원이 되지 아니하며, 선거운동 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활동을 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에서는 1항에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2항에서 공무원이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을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7조 2항에서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돼 있다.
이처럼 관련 규정이 다소 애매하다 보니 현직 법관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항상 갑론을박이 있어 왔다.
일단 ‘직무 수행’과 연관이 없는 경우까지 법관의 의사 표현을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다. 법관도 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점에 비춰 직무 수행과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 자체를 하지 말고 살아라’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법관과 사회의 소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법관이 아닌,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라는 개인의 기본권 문제라는 것이다.
이 의견에 반대하는 측은 정치적 충돌이 있는 사안에 대해 법관이 편향된 생각을 공개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당장 직무 수행과 직접 연관은 없더라도 대중에게 해당 법관, 나아가 법원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금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