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마카다미아’에서 ‘인디언밥’…조현아,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이슈 인 심리학] ‘마카다미아’에서 ‘인디언밥’…조현아,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기사승인 2015-02-13 07:00:55

1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 제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선고 도중 조현아(41·여·사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성문을 공개했다. 조현아의 반성문을 분석해보면 크게 5가지의 흐름이다.

1. 과거 - 비행기 난동사건에 대한 후회와 박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2. 현재 - 구치소 입소 후 자신의 상황을 통해 ‘배려’를 깨달았고 이것이 부족했음을 드러냈다.

3. 미래 - 반성하고 타인이 베푸는 정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4. 현재 - 우유에 인디언밥을 말아먹거나 주먹밥을 먹는 일상의 즐거움을 드러냈다.

5. 미래 - 피해자들에게 미안하고 어떻게든 용서받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심리학에서는 ‘과거-현재’에 따른 ‘무의식-전의식-의식’을 분석한다.

무의식은 과거에 벽장 속에 가둬둔 기억과 같은 것이다. 자신이 열어서 확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 바로 무의식이다. 이런 무의식은 자신도 모르는 말, 글 그리고 행동으로 드러난다. 글을 통해 드러난 무의식의 한 예는 바로 ‘사과 쪽지’였다. ‘갑질’에 대한 사과였음에도 쪽지에 나온 표현들은 오히려 조 전 부사장의 ‘갑질’에 대한 증거가 돼 버렸다.

땅콩회항사건에서의 빼놓을 수 없는 게 고급 견과류 ‘마카다미아’이다. 조 전 부사장은 마카다미아를 먹는 것이 당연했을 거고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것이 편안했을 거다. 그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대우받는 것에 중독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구치소의 생활에서 그 무의식을 누르고 새로운 의식을 살리는 모습이 느껴진다. 반성문 속에 사용된 단어들 중에 ‘인디언밥’이 그 증거이다.

‘12월 30일에 구치소 입소했을 때 작은 박스에 담긴 그릇, 칫솔, 내의, 양말이 제가 가진 전부였다. 제 주위 분들은 스킨과 로션을 빌려주고 과자도 선뜻 내줬다. 인디언밥에 우유를 말아먹거나 주먹밥…’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했던 ‘마카다미아’가 아닌 ‘인디언밥’을 먹으며 너무도 당연한 정상적인 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의식이 자신의 잘못을 느끼게 만들고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형성하게 한다.

심리학에서는 ‘마음 안’과 ‘마음 속’을 구별한다.

‘마음 안’에는 동굴처럼 텅 비어있는 공간을 의미할 때 사용하다. 마음 안에 정상적인 ‘의식’이 없고 텅 비어있으면 그 공간에 비정상적인 ‘무의식’이 채워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마음 속’은 꽉 차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속 깊은 마음이 정상이다. 하지만 속이 비어있는 마음은 텅 빈 머리보다 무섭다. 그래서 머리보다 마음을 채워야 한다.

이번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이 진심이라면 반복해서 ‘고마움’과 ‘반성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국민의 마음은 막혀있는 동굴이 아니라 열려있는 터널이다. 조 전 부사장이 터널을 지나 나오느냐 아니면 동굴에 갇혀 버리느냐는 ‘진심’에 달렸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 =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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