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조선명탐정2’ 김명민 “그동안 제 연기 부담되셨어요?”

[쿠키人터뷰] ‘조선명탐정2’ 김명민 “그동안 제 연기 부담되셨어요?”

기사승인 2015-02-16 11:29: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KBS1 ‘불멸의 이순신’(2004)의 이순신, MBC ‘하얀 거탑’(2007)의 장준혁, MBC ‘베토벤 바이러스’(2008)의 강마에….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모두 다른 인물인데 누구 하나 흐릿하지 않다. 뇌리에 박힐 만큼 캐릭터를 확실하게 소화해냈다는 얘기다. 배우 김명민(43)은 그렇게 ‘연기 본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경쟁자를 꼽기 힘들 만큼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명민좌’다.

이번엔 코믹한 캐릭터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조선명탐정2)에서 김명민은 장난기가 넘치는 명탐정 김민으로 분했다. 그간 주로 선보인 역할들과는 분명 느낌이 다르다. 어깨에 잔뜩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하다. 감초연기의 달인 오달수(서필 역)와 호흡을 맞춰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선사한다.

그를 인터뷰하러 가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실제 성격은 어떨까’라는 것이었다. 작품을 통해선 워낙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봤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한 마디로 참 밝은 사람이었다. 유쾌한 농담과 솔직한 속이야기를 적절히 섞을 줄 아는 센스까지 갖췄다.


인사말로 “완성된 영화 보니 어떠셨느냐”는 말을 건넸더니 김명민은 “뭐 그렇죠, 뭐”라면서 호탕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뒤 웃음을 멈추고는 “아쉬운 게 없으면 거짓말”이라며 “1편보다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저보다는 더 괜찮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조선명탐정2’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의 비밀’(조선명탐정1·2011) 이후 4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다.

‘조선명탐정2’를 내놓으면서 김명민은 유난히 즐거워 보인다. 제작보고회부터 시사회 기자간담회까지 항상 편안하게 즐기는 듯 했다. 인터뷰에서 역시 그랬다. 영화 속 유쾌한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탓일까. “아마 배우는 다 그럴 것”이라는 게 그의 대답이다.

“집안에 경사가 있으면 되게 즐거울 거 아니에요. 조사가 있으면 슬플 테고요. 그런 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하고 있는 역할이 슬프고 힘들면 촬영 없는 날 어디 나가도 헤벌쭉 웃으며 다닐 순 없는 노릇이거든요. 내일 당장 가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홀가분한 마음이 들어요. 영화가 주는 느낌들도 좋았고요. 나쁠 게 없죠.”


김명민은 드라마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며 톱배우로 거듭났다. 자연히 대중의 기대는 높아져만 갔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부턴가 그가 맡는 역할들은 점점 무거워졌다. 어딘지 힘이 들어간 듯 했고, 점점 편하게 보기 힘들었다. 특히 ‘내 사랑 내 곁에’(2009)에서 그는 루게릭 병 환자 백종우 역할을 맡아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로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무거운 작품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들이 부담스럽진 않으냐고 물었더니 김명민은 “그렇지 않다”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저는 그런 거 없었는데 혹시 부담이 있으셨냐”고 장난스레 되물었다. 조심스럽게 긍정의 답변을 했다. 그러자 김명민은 “부담 내려놓으세요. 걱정해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라면서 웃었다.

“혹시 고통을 즐긴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배우들은 그걸 즐기는 거예요. 그게 흔히 말하는 즐거움은 아니겠죠. 근데 배우가 원하는 즐거움은 그래요.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캐릭터를 연구해나가면서 오는 고통에서 쾌락을 느끼거든요.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내가 이 인물에 점점 다가가고 있구나’라는 걸 느껴요.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예요.”

김명민은 “물론 그게 쉽게 되진 않는다”고 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고 때로는 우울증에 빠질 만큼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단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건 “그 인물에 다가가고 싶은 욕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볼 땐 ‘어우, 왜 저렇게까지 해’ 그럴지 몰라요. 근데 그게 작품으로 (제대로) 구현이 됐을 땐 더 이상 관객들도 그런 얘길 안하세요. ‘아, 그래서 저랬구나’ 인정을 해주시죠. 근데 그게 말 그대로 ‘개고생’이 돼선 안돼요. 어중간하게 하거나 흉내만 내면 개고생이 되는데 그 인물을 어느 정도 가깝게 구현을 해냈을 땐 쾌감이 있죠. 그래서 그 작업을 계속 하는 거예요.”

그런 즐거움의 정도는 “캐릭터가 가진 감정에 내가 어느 정도 담그느냐. 또 그게 날 얼마나 힘들 게 하느냐. 내 정신상태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김명민은 설명했다. 캐릭터가 힘들수록 배우도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명탐정2’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좀 편했다. 깊숙한 감정연기까지 필요로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무심코 “코믹연기라서 다른 점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김명민은 발끈했다. 그는 “가벼운 연기라고들 하지만 결코 가벼운 연기는 아니다”라며 “코미디 영화라는 장르는 나뉠 수 있지만 연기에는 장르 구분을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물 성격이나 처한 상황이 웃기면 코믹연기, 공포스러우면 공포연기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구분 짓는 기준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캐릭터를 소화해 표현하는 데 있어서 연기는 다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믿음이 통한 걸까. 아니면 조금은 풀어진 그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반갑게 다가온 걸까. 유난히 영화 성적은 저조했던 김명민에게 ‘조선명탐정1’은 최고 흥행작이 됐다. 무려 480만에 가까운 관객을 들였다. 2편을 내놓으면서 흥행에 대한 부담을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김명민의 반응은 또 시큰둥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영화 만드느냐에 따라 관객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달라진다고 봐요.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면 뭔가 변질된 느낌들이 보였을 거예요. 눈빛에서부터 알게 모르게 들어가 있었겠죠. 저희는 누구하나 그런 생각 없이 ‘잘 되면 정말 좋고 안 돼도 정말 즐거워’라는 마음으로 만들었거든요. 흥행에 대한 두려움? 정말 없었어요.”

드라마에선 워낙 큰 인기를 누린 김명민이기에 여전히 그를 보고 ‘이순신’ ‘장준혁’ ‘강마에’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김명민은 “그건 아무리 벗어던지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하는 부분”이라며 “다른 역할을 할 때만큼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득 인기를 끈 캐릭터들에는 유독 리더십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본의 아니게 그런 역할들을 많이 하게 됐다”며 “(보시는 분들이) 단순한 것 보다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가진 역할들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끈기 있게 또 물었다. 그런 기대어린 시선들이 부담이 되진 않느냐고 말이다. “괜찮다니까요. 제가 부담을 가질 거라는 그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그의 대답에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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