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저가 담배’ 검토 발언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의 ‘투맨쇼’였을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게 보인다. 수뇌부의 발언이지만 여야 모두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상 ‘소탐대실’만 남긴 채 접히는 형국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담뱃값을 인상할 때 국민건강을 목적으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규정했다”며 “그런데 불과 며칠 안되서 저가담배를 도입한다는 것은 국민건강은 사라지고 증세만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저가담배에 대한 요구가 있는 만큼 정책위에서 검토해 달라”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꼬집은 것이다.

정 의원은 “정책은 일관성 있게 가야지 국민들이 신뢰한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은 국민의 불만만 키우는 셈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저소득층이나 노인층 중 당장 금연이 힘들기 때문에 도입할 필요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정 의원은 “그런 고통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금연 유도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정책을 일관성 있게 끌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초·재선 의원모임인 ‘아침소리’에서도 저가담배 검토 소식에 대한 불만 여론이 쏟아졌다.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영우 의원은 이날 “나쁜 정책보다 더 나쁜 정책은 일관성이 없는 정책”이라면서 “담배정책도 우리가 신중해야 한다, 금연정책을 하다가 자칫 우리 스스로 증세정책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태경 의원은 ”저가담배 얘기는 결국 정책당국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쓴 소리를 날렸다.

유 원내대표로 시작된 ‘저가 담배’ 논란은 전 최고위원이 이어 받았다. 전 의원은 18일 “저소득층을 위한 봉초담배(직접 말아서 피우는 담배) 등 저가담배 활성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당 주승용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병주고 약주는 뒤죽박죽 정책으로 국민은 황당해 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고 했으면 밀고 가야지 두 달도 안돼 저가담배 내놓으면 되나. 노인과 서민들 값싼 질 낮은 담배 더 피워서 건강 헤쳐도 된다는 말인가. 저가 담배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내외에서 논란만 커지자 저가 담배는 이미 ‘없던 일’이 돼 가고 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 불참했다. 유 원내대표는 17일 발언 후 대중의 비난이 심상치 않자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고, 당장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물러섰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