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어느 때보다 즐거워야 할 설 연휴에 승용차 안에서 피를 흘리며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거제 일가족 5명의 참극은 경제적 이유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의문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A씨(35)와 아내(39), 딸(9), 쌍둥이 아들(6) 등 5명은 지난 20일 새벽 거제시 둔덕면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와 세 자녀는 저항한 흔적 없이 흉기에 찔려 있었고 A씨 몸에는 자해할 때 나타나는 ‘주저흔’이 발견됐다.
23일 현재 경찰은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인 뒤 흉기로 살해하고 나서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A씨가 이처럼 잔혹하게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세상을 등지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해야 했는지 이유가 석연치 않다.
경찰은 A씨가 아내 명의로 은행에서 빌린 1억5000만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확인해다. 그런데 이 가족은 지난달 중순 거제시내 방 3칸짜리 아파트에 살다가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져 시 외곽 원룸으로 이사했다.
원룸으로 이사하면서 보증금 1000만원 중 계약금 100만원을 뺀 잔금 900만원을 치르려 했다가 돈이 없어 잔금 날짜를 미루고 월세도 50만원에서 42만원으로 깎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하기 전 아파트에는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 등 각종 공과금 연체 고지서도 보여 A씨 수중엔 거의 현금이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어려움 때문에 멀쩡한 직장까지 있는 30대 중반의 가장이 이런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엔 이해하기 어렵다.
A씨는 1억5000만원의 대출과 관련해 법원에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개인회생 자격이 됐다는 것은 신청자가 향후 계속해서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인정됐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매달 갚아야 하는 돈은 40만원이었다. A씨는 조선소 협력업체에 다녔고, 원룸 월세 42만원을 내면 평소 생활은 빠듯하겠지만 삶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씨가 확인된 1억 5000만원 이외에 또 다른 채무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 중이다.
A씨가 SNS 대문글에 남긴 ‘인생…답이 없다’는 글귀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친척과 지인에게도 많지는 않지만 여러 차례 돈을 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경찰은 A씨가 은행권 대출 이외에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나 사채 등으로 말미암아 심적 압박을 받고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거제경찰서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전반적인 경위는 사실상 일단락됐지만 사건 동기는 아직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A씨가 이런 참극을 벌인 동기에 대해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 상황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는 경찰은 만에 하나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
한편 A씨 일가족은 지난 20일 오전 4시께 거제시 둔덕면 한 도로 갓길에 서 있던 A씨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을 맞아 부산 본가에 가기로 했지만 연락이 끊겼다는 A씨 동생의 신고로 수색에 나선 경찰이 숨진 이들을 찾았다.
일가족 시신이 발견된 차에는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고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으며 차 안에서 흉기, 수면유도제 등이 발견됐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부검 결과는 2주일 정도 걸려야 나올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