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저가 담배’ 촌극에 영화배우 정준호가 떠오르는 이유

[친절한 쿡기자] ‘저가 담배’ 촌극에 영화배우 정준호가 떠오르는 이유

기사승인 2015-02-23 14:16:56
영화 ‘공공의적2’ 스틸컷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설 연휴를 뜨겁게 달군 ‘저가 담배’ 검토 발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당 정책위에 저소득층과 노년층 등을 위한 저가 담배를 검토해 볼 것을 당 정책위에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봉초 담배(연초를 직접 종이에 말거나 곰방대에 넣어 피우는 담배)’의 세금 감면을 운운했죠.

여야가 모두 가세한 저가 담배 논란을 처음 접했을 때 머리 속에 반사적으로 떠오른 건 ‘엉뚱하게도’ 영화배우 정준호(사진) 씨였습니다. 정준호 씨가 이번 논란과 관련이 있거나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았을 정도로 정준호 씨의 연기력이 강렬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고,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정준호 씨가 열연했던 영화 속 인물의 대사가 떠오른 겁니다.

정준호 씨는 설경구 씨와 함께 2005년 작품인 영화 ‘공공의적2’에서 사학재단의 이사장 ‘한상우’ 역을 맡았었죠. 한상우는 자신의 비리를 들춰낸 검사 ‘강철중(설경구 분)’과 자신의 저택 마당에서 한바탕 치고 받습니다. 쓰러져 있는 강철중을 향해 한상우가 외칩니다.

“너희들은 세금 몇 푼 깎아주고 월드컵만 보여주면 돼!”

재력, 권력 등 소위 힘을 가진 이들의 위선을 한 마디로 압축해 신랄하게 풍자하려는 의도가 담긴 대사일 겁니다.

유 원내대표나 전 최고위원이 한상우처럼 위선적인 인물은 아니겠죠. 하지만 한상우처럼 서민을 세금 몇 푼만 깎아주면 앞뒤 안 가리고 헤벌쭉하고 좋아하는 ‘우민(愚民)’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정부 고위층에선 세수 증대가 아닌 ‘국민 건강’이 취지라고 내내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밀어붙여 담뱃값을 두 배 가까이 올려놓은 지 두 달도 안 돼 저소득층과 노년층을 위한다면서 저가 담배 얘기를 꺼내면 “저소득층과 노년층은 국민 건강과 상관이 없다는 뜻이냐” “애초 얘기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들 가지고 노느냐” “내년에 열리는 총선용 발언임이 뻔하다”라는 등 갖가지 반발이 나올 건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도 저가 담배를 불쑥 거론(전 최고위원은 보도자료 배포)하니 서민을 내심 ‘어리석은 백성’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하다못해 같은 당 동료 의원들도 혀를 차고 있습니다.

세금 몇 푼 깎아주는 거 물론 좋습니다. 돈 덜 내게 해준다는 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몇 푼이 아니라 많이 깎아줄 수록 더 좋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세금이 아니라 두 의원의 신뢰가 깎이게 생겼습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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