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가 “국정원의 언플”이라고 한 盧 ‘논두렁 시계’ 진술은 무엇?

이인규가 “국정원의 언플”이라고 한 盧 ‘논두렁 시계’ 진술은 무엇?

기사승인 2015-02-26 00:11: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또 한 번 정국을 뒤흔들 ‘메가톤급’ 폭로다.

2009년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57·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은 25일 경향신문을 통해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수사 관련 내용을 흘려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일각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의 주체는 검찰이 아닌 국정원이며, 그 과정에서 과장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국정원장은 2012년 대선 ‘댓글 선거 개입’ 지시를 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최근 법정 구속된 원세훈 전 원장이다. 이 전 부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에 엄청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전 부장이 국정원 주도 언론플레이의 예로 꼽은 ‘논두렁 시계’ 진술 소식은 노 전 대통령 일가족 비리 의혹 수사가 진행되던 2009년 5월 13일에 SBS의 단독 보도(캡처 화면)로 시작됐다.

당시 SBS는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 시계 두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자체가 본질은 아닌듯 합니다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전달 30일에 검찰에 소환된 노 전 대통령이 우병우 중수 1과장으로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를 받아 어떻게 처리했는 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고,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가 자기 몰래 시계를 받아 보관하다가 지난해 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일명 ‘박연차 게이트’)가 시작되자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시계는 박 전 회장이 2006년에 회갑 선물로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한 것으로 남·녀용 각각 1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품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후 타 언론사들도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당시 검찰은 전직 대통령 조사라는 중대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이례적으로 자주 브리핑을 해가며 수사과정을 언론에 공개했고, 이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는 ‘피의사실 공표’로 전직 대통령 ‘망신주기’ 수사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논란은 ‘논두렁 시계’ 진술 소식으로 절정에 달했고, 검찰이 ‘빨대(내부 정보제공자)’ 색출에 나서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검찰에 대한 대중의 차가운 시선은 계속됐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부장의 폭로에 대해 “이 전 부장의 폭로대로라면 국정원의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반드시 관련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관련 상임위를 긴급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소식이 전해지고 열흘이 지난 2009년 5월 23일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며 서거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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