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임 비서실장 임명에 화성 총기난사 사건까지 있었던 27일에 가장 큰 화제를 모은 뉴스는 다소 엉뚱하게도 ‘드레스 색깔 논쟁’이었다. 갑론을박에 커지다보니 포토샵 개발사와 IT전문 매체 그리고 안과 전문의까지 나서서 설명하고 나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런 모든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검파’와 ‘흰금’으로 나눠져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같은 옷을 달리 볼까?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심리학에서는 ‘게슈탈트(Gestalt)'라는 용어가 있다.
게슈탈트는 독일어로 ‘전체, 형태, 모습’을 의미한다. 사람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관심 있는 부분을 부각시켜 인지한다. 이 때 관심 없는 부분은 보이지 않게 된다.
보이는 부분을 전경(figure)이라고 한다. 반대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배경(ground)이라고 한다. 자신이 보고 있는 부분은 그 사람의 욕구나 감정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생각하는 대로 보인다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구두수선공은 신발만 보이고, 농원주인은 꽃만 보이고, 건축가들은 건물만 보인다. 이것은 자신의 관심사가 관점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1915년에 루빈(Edgar Rubin)은 논문에서 꽃병과 얼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그림(아래)을 제시했다. 하얀색으로 보이는 꽃병과 검은색으로 보이는 얼굴은 무엇을 관심 있게 보느냐에 따라 전경과 배경으로 나눠진다. 이처럼 색깔에 대한 논쟁도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 색깔이 전경으로 배경은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버즈피드에서 진행 중인 투표에서 27일 오후 1시에 ‘흰금’이라는 의견이 74%이고, ‘파검’이라는 의견은 26%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흰금이라는 의견이 많은 걸까? 실제로 만들어진 옷은 파검이라고 하는데 사진에 조명에 비쳐진 색은 흰금이다. 사람들은 1차적인 색깔에 익숙해서 눈에 비쳐지는 색에 집중하는 습관이 있다.
눈 망막에 색을 구분하는 시세포로 감지하고 뇌 뒤쪽에 있는 시지각 영역에서 인지를 바로 판단을 해버리면 ‘흰금’이 맞다. 이것은 파검 드레스가 ‘빛’을 흡수해서 ‘조명빨’에 의해 ‘흰금’으로 보이는 결과다.
반대로 물체가 빛을 받을 때 생기는 파장에 의해 드레스 겉 부분에 나타나는 특유한 빛깔인 ‘흰금’에 속지 않고 색‘깔’과 빛‘깔’을 넘어 드레스 원색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파검’이 약하지만 보일 것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뇌는 변연계라는 ‘감정영역’이다. 뇌에서 판단하는 것은 시지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시지각에서 바로 판단하지 않고 색깔과 사물(드레스)을 나눠서 보려고 하는 변연계가 파검이다. 결국 파검은 보이는대로 결과를 내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영역의 개념을 선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똑같은 눈으로 보고도 결과가 갈린다. 그 이유는 파검과 흰검으로 갈리는 것은 ‘주관 = 시지각 = 흰검’이냐 아니면 ‘객관 = 변연계 = 파검’이다.
파검과 흰검으로 ‘논쟁’이 있을 수는 있다. 논쟁은 의견이 다를 때 벌이는 것이니까. 하지만 옳고 그름을 가리는 ‘언쟁’을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