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호프집에서 세월호 유가족 4명이 가게 주인과 다른 손님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다.
일행 중 남성 1명은 주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기도 했다. 폭행 피해자는 “(유가족들이) ‘안하무인’ 상태였다”며 “‘넌 여기서 장사 못해. 내가 너 망하게 해버릴 거야’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임원진 등이 대리운전 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된 후 일어난 사건이라 더욱 안타깝다. 이 때 “내가 누군지 아느냐” “국회의원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등 같이 있던 국회의원과 유가족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뇌가 마비되면 내가 마비된다.
계속되는 세월호 유가족의 폭행사건에서 동일한 점은 술을 마신 것과 특권의식을 나타내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술은 뇌를 마비시킨다. 그 결과 언어조절도 마비시킨다. 말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과 듣는 영역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은 술에 의해 마비가 되면 비논리적인 말과 자신의 소리를 높이는 결과를 가진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가족을 잃어 분노가 ‘학습’됐고 ‘중독’까지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말에도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 때 ‘분노 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이 분비된다. 이렇게 되면 혈압 상승으로 이어져 감정조절이나 집중력 그리고 사리판단이 되지 않는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문화적 아픔의 유전자가 존재한다.
유전자(gene)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생물학적인 유전자다. 또 다른 하나는 문화적 유전자(Meme)다. 이 표현은 영국의 생물학자인 토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이 문화적 유전자는 모방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방식을 말한다.
스포츠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일본만 만나면 초월적인 집단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일본인과의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받은 고통과 아픔을 조부모 때부터 문화적으로 유전됐기 때문이다. 언어뿐만 아니라 표정과 느낌 그리고 집단행동과 같은 비언어적인 방식을 통해 유전됐다. 이런 유전은 생물학적인 유전이 아닌 문화적인 유전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이런 아픔의 유전자가 존재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서 아픔의 유전자가 제거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게 우리 사회의 남은 역할이다. 일본대표팀을 만나 승리하는데 필요한 집단 문화적 유전자는 필요하지만 국민들끼리 서로 이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