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김진환 기자] 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뼈 있는 농담’이 나왔다고 하죠.
“과도를 들고 계신 분이 없어 다행입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 등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연구소 부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전날 서울 한복판에서 ‘칼부림’ 습격을 당한 일을 두고 던진 일성입니다. 그는 분위기를 풀려는 듯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청중을 둘러봤는데 전통 의상을 입고 과도를 들고 계신 분이 없어 다행”이라고 운을 뗐고,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기 때문에 청중들은 웃음을 터뜨렸죠.
오프라인 세상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다면, 같은 시간에 온라인 세상에선 놀랜드 부소장의 말보다 더욱 강렬한 ‘농중유골(弄中有骨)’이 등장했습니다.
질문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만일 리퍼트 대사가 부상이 너무 심해 대사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됐다면 후임으로 누가 적당했을까요. 이름 모를 한 네티즌이 던진 정답은 ‘아이언맨’입니다.
“새로운 대사님 도착하셨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뒤에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당당하게 등장한 아이언맨 사진이 인터넷에 돌고 있더군요. 물론 합성이고 장난이지만 다가오는 메시지는 꽤나 묵직합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관문 격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세계가 인정하는 대도시 서울. 그 서울 한복판에서 단 1명이 행사장 입장 4분 만에 대사를 쓰러뜨리고 칼을 휘둘렀습니다.
이런 ‘전례’를 봤을 때 차라리 온 몸이 강철로 둘러싸여 있어 언제든지 누가 와서 칼을 휘둘러도 상관 없는 아이언맨을 대사로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 아닐까요. 그만큼 대한민국이란 나라, 서울이란 도시의 ‘요인 경호’ 수준을 못 믿겠다는 우회적 자조 아닐까요.
엄밀히 말하면 이번 사건은 ‘국제 망신’이기도 합니다. 이번 습격 사건에 투입된 수사 인력이 100여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경호는 불만족의 극치였지만 수사는 꼭 만족을 줬으면 합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