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아기 살해’를 막아라!…‘우울한 엄마’에게 필요한 것

[이슈 인 심리학] ‘아기 살해’를 막아라!…‘우울한 엄마’에게 필요한 것

기사승인 2015-03-06 14:36:00
지난 3일 전남 장성군에서 엄마가 18개월 된 아기를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 나주에서도 지난달 10개월 딸을 엄마가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3월엔 서울 도봉구에서는 엄마가 생후 5개월 된 딸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켰다. ‘아기 살해’, 그것도 ‘엄마의 아기 살해’라는 이 입에 담기도 힘든 범행의 배경엔 바로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 자리잡고 있다.

“아기 보면 화가 나요”, “아기가 귀찮게 느껴져요”, “모유수유를 하면서 짜증이 나고 화가 나요”, “아기 우는 소리에 미칠 것 같았어요”

이런 모든 감정들은 자아를 깨트린 현실에 대한 분노를 아이에게 감정전이하면서 나오는 언어무늬들이다.

마음에는 결이 있다.

인간의 마음은 삼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마음구조는 태어난 후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을 원초아(Id)라고 한다. 두 번째는 본능이 아닌 ‘현실’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구조인 자아(Ego)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실을 넘어서 ‘양심(Conscience)'과 ’도덕(Morality)'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구조인 ‘초자아(Super-Ego)'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우울증을 ‘심리적 독감(Psychological Flu)’이라고 부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대상(자아)이 사라져 분노감정이 일어나는 것이 우울증의 ‘과정’이고, 분노가 자기를 향해 나타나는 것이 우울증의 ‘현상’이다. 자신의 일부(자아)가 상실돼 슬퍼지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를 버려두고 떠나버린 대상(자아)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우울증은 상실분노와 분리분노가 폭풍처럼 휘감아 열이 나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심리적 독감인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depression)과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은 다르다.

산후 우울증은 ‘감정전이’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여성은 현실적인 삶을 포기하거나 미루게 된다. 이 때 현실에 따라 움직이는 자아가 깨진다. 내 마음 속에 자아가 깨지면서 ‘자아상실 분노’를 느낀다. 동시에 자아가 사라져서 자신을 버려두고 떠난 것에 분노를 느낀다. 결혼 전에는 이런 분노들을 자기 자신에게 돌렸지만 임신을 통해 아이를 출산 후에는 자신의 자아붕괴의 원인을 아이에게 감정전이하게 된다.

우울과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은 검은 느낌이 마음에 들어와도 마음의 삼층 구조에서 견뎌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삼층 구조 중에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원초아가 깨져서 몸으로 표현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식욕, 성욕, 수면욕과 같은 본능에 문제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우울을 넘어선 우울증이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먹고 관계하고 잠을 자는 것에 몸의 무늬가 깨지면서 생기는 분노를 아이에게 원인을 돌리게 된다. 이때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진다.


우울을 영어로는 ‘멜랑콜리(melancholy)’라고 한다. ‘멜랑(melan)’은 그리스어로 검은색을 뜻한다. ‘콜리(choly)’는 담즙을 의미한다. 인체에 흐르는 피에는 흑담즙이 있는데 이 흑담즙이 많이 나오면 우울증을 겪는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말이다. 우울하면 얼굴도 마음도 어두워진다. 결과적으로 마음의 눈도 어두워진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도 흐려지지만 자기의 아이를 바라보는 눈도 닫히게 된다.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가족의 사랑 밖에 없다. 엄마가 되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축복받아야 한다.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는 것 자체에 지지와 응원을 받아야 한다.

사랑은 우울보다 늘 달리기를 잘한다. 사랑은 보여줘야 하고 알아줘야 한다. 반대로 우울은 안아주고 보듬어줘야 한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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