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피습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치료 중인 것과 관련해 서울대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리퍼트 대사 치료를 ‘기회 삼아’ 세브란스병원이 ‘제중원(濟衆院)의 전신’이라고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9일 리퍼트 대사 치료 경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리퍼트 대사의 고향인 오하이오주(州)와 세브란스병원의 ‘인연’을 언급하며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은 제중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중원의 창립자 호러스 앨런 박사는 오하이오주 댈러웨어 출신이고, 제중원을 세브란스병원으로 다시 지으면서 이름을 딴 루이스 세브란스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이라며 “세브란스는 오하이오와 많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884년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조카인 민영익이 개화파의 공격을 당해 자상을 입었을 때 앨런 박사가 치료해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고종이 앨런 박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중원을 설립했고 그것이 세브란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중원은 1885년 4월 앨런 박사가 세운 국내 최초의 서양식 국립 병원이다.
1870년 대 중반 문호개방의 물결과 함께 고종과 조선 정부가 착수한 의료 분야를 포함한 근대화 작업에 착수했고, 갑신정변 당시 앨런 박사가 ‘우정국(郵征局)사건’으로 부상을 당한 민영익을 살려 서양식 국립병원 설립 작업에 속도가 붙으며 탄생했다.
제중원은 1904년 미국인 실업가 루이스 세브란스의 재정지원으로 현대식 병원을 지으면서 남대문 밖 복숭아골(현 남대문로5가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로 옮겼고, 그의 이름을 따 세브란스병원이라고 개명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연대 세브란스 병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제중원이 고종에 의해 만들어진 ‘국립병원’이란 점에서 오늘날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의 효시가 된다고 반박해 왔다. 두 병원이 각자의 ‘뿌리’를 두고 때때로 신경전을 벌여온 것이다.
결국 서울대는 제중원이 최초의 근대식 국립병원이라는 것, 연세대는 국립병원으로 출발한 제중원이 후에 세브란스 병원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양쪽이 찍고 있는 ‘방점’이 다른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대 의대 총동창회는 모든 페이지에 제중원 설립 130주년을 의미하는 ‘제중원 130’을 적은 2015년 달력을 동문들에게 배포했고, 이에 연세대 의대 산하기관인 동은의학박물관이 모든 페이지에 제중원 사진 등을 넣은 달력을 만드는 등 ‘맞불’을 놓았다.
지난달 8일에는 정종훈 연세대의료원 교목실장이 ‘서울대 병원의 역사 왜곡’이라는 제목으로 신문 기고문을 내자 일주일 뒤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가 ‘제중원의 진실-연세대 정종훈 교수에 답한다’는 제목의 반박 글을 내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제중원을 운영하는데 앨런 박사가 역할을 많이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를 두고 제중원은 세브란스병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