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진 이유, ‘핏줄’이었다…같은 영아원서 만나 의지하고 지낸 두 여성, 알고 보니 ‘친자매’

친해진 이유, ‘핏줄’이었다…같은 영아원서 만나 의지하고 지낸 두 여성, 알고 보니 ‘친자매’

기사승인 2015-03-09 15:05: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전북 군산에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연이 등장했다.


군산에 사는 김모(26·여)씨와 박모(23·여)씨. 3년 터울의 두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군산의 한 영아원에 보내졌다. 수년 후 각자 다른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다른 보육원에서 지내던 이들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재회했다. 어린 시절 같은 영아원에 있었고, 둘 다 가족이 없었던 두 사람은 금새 가까워졌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천안에 있는 회사에 같이 취직할 정도로 절친하게 지냈다. 서로에게 친언니, 친동생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후 박씨가 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군산으로 내려왔고, 혼자 생활하는 것이 외로웠던 김씨는 박씨를 따라 함께 군산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던 2012년 2월. 박씨는 헤어진 어머니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들어 군산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헤어진 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김씨도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 결혼식에 부모님이 왔으면 하는 마음에 박씨와 함께 같은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기적같은 일은 당시 청문민원실에서 가족찾기 신청을 받은 양미옥 경위의 예리한 ‘눈(目)’에서 시작됐다. 양 경위가 두 사람이 닮았다고 생각해 유전자 감식을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감식 결과 김씨의 유전자가 잘못 채취돼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양 경위는 김씨에게 다시 유전자를 채취하자고 연락했으나 김씨는 설마 하는 생각에 다음에 기회가 될 때 하기로 하고 이를 거절했다.

그 뒤로 3년이 지난 2015년 2월 군산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하는 이종영 경위와 윤경국 경위는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의 부모를 찾고자 조사에 나섰다.

두 경찰관은 영아원과 병원 진료카드, 영아원 관계자 등을 조사해 두 사람을 영아원에 입소시킨 최모(60)씨를 찾아냈고, 확인 결과 최씨가 두 사람의 친아버지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최씨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아이들을 키울 수 없자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빌면서 영아원에 아이들을 맡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2월 말 세 사람의 유전자 감식을 의뢰해 친자 확인을 마쳤다.

최씨는 “딸들이 해외에 입양돼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평생 만날 수 없을 것이라 믿었다”며 “늦게나마 경찰의 도움으로 딸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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