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10일 국내 리그 복귀 소식이 알려진 국가대표 스트라이크 출신 박주영(사진)이 ‘연봉 괴담’에 휩싸였습니다.
프로축구 FC서울은 이날 박주영과 3년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주영이 팀내 최고 수준의 연봉의 받게 됐다는 한 매체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보도대로라면 현재 FC서울의 최고 연봉 선수가 약 13억원을 받는 외국인 선수 몰리나라는 점에서 박주영은 13억원 이상을 받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죠.
여기까지라면 그다지 논란이 될 것이 없습니다. 해당 선수가 받은 돈만큼의 가치를 못하면 (물론 해당 팀 팬들의 실망이나 허탈감도 있지만) 손해를 보는 것도 결국 영입 구단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모든 기자들의 ‘제목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게 만들어 준 이재하 단장의 “연봉은 공개할 수 없지만 ‘백의종군’ 수준”이라는 발언입니다.
‘백의종군(白衣從軍)’은 ‘흰 옷을 입고 군대를 따른다’는 한문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벼슬이나 직책도 없는 평민이 오로지 나라에 대한 희생의 마음으로 전쟁터에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대의를 위해 사익이나 조건은 과감히 포기하는 경우에 쓰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백의종군’ 하면 대부분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죠.
따라서 누군가 ‘백의종군 한다’는 표현을 쓸 만한 결정을 내리거나 행위를 하면 사람들은 대개 그 자체로 박수를 칩니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축구 팬들 사이에서 박주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그의 실전감각을 믿지 못해 호주 아시안컵에서 이정협을 대신 선발하기도 했죠.
이런 상황에서 박주영에게 ‘백의종군’을 붙이는 건 박주영이나 FC서울에 대한 축구 팬들의 주목도를 높힐 수 있고 이는 마케팅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 받으며 2005년 데뷔 첫해 18골을 넣으며 화려한 프로 행보를 걸었고, 프랑스를 거쳐 축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그것도 전통의 명문팀 아스널에 입단해 ‘쟁쟁한 주급’을 받았던 선수. 그런 선수가 월드컵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며 추락하다 오로지 선수생활의 화려한 마무리라는 자존심을 위해 ‘백의종군 수준의 연봉’을 받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완벽한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로 인한 효과 속에 ‘거짓’이 있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만일 팀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주면서 ‘백의종군’을, 그것도 단장이 직접 운운하는 건 결국 박주영 영입으로 인한 논란을 차단하고, 마케팅 효과까지 누리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을 ‘속이고 보자’는 뜻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박주영에게 그만큼의 연봉을 줄 가치가 있느냐의 논쟁은 제껴두고서라도 FC서울이란 축구단의 팬에 대한 ‘조롱’ ‘무시’ ‘모욕’ ‘기만’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FC서울은 박주영의 연봉 ‘13억원 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말을 믿겠습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