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재력가 살인, 피의자 어떻게 잡았나…현장엔 ‘땀’이 남았다

도곡동 재력가 살인, 피의자 어떻게 잡았나…현장엔 ‘땀’이 남았다

기사승인 2015-03-10 21:23: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경찰이 도곡동 80대 재력가 함모(88·여)씨 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과거 함씨의 집에 세를 들어 살았던 정모(60)씨를 지목하고 있다. 정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DNA와 CCTV 분석 결과를 근거로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10일 “지난달 24일 오전 8시 47분께 피해자 함모(88·여)씨의 강남구 도곡동 2층 주택에 정씨가 들어가는 장면이 현관 오른편 20∼30m 거리에 위치한 CCTV에 촬영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집에서 나오는 장면은 CCTV에 찍히지 않은 것에 대해 “정씨가 ‘할머니집 담과 옆집 담 사이를 통해 나왔다’고 말했다”면서 “현재는 진술을 번복했으나 주변의 시선을 피해 뒤로 빠져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씨는 이 CCTV가 촬영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4시 50분쯤 자신의 방에서 두 손이 묶인 채 목이 졸린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 초기 당시 함씨의 집에 들어간 인물을 밝혀내기 위해 주변 CCTV 수십대의 영상을 돌려보며 경로를 되짚었고, 끈질긴 추적 끝에 정씨가 함씨의 집에서 2㎞ 남짓 떨어진 대치동 다세대주택 반지하방 거주자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동사무소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거주지에 사는 사람은 함씨의 집에 세를 들어 살았던 적이 있는 정씨로 밝혀졌고, 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에 급히 DNA 분석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함씨의 손을 묶은 끈과 함씨의 목, 손톱 등에 묻어 있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땀에서 DNA를 확보한 뒤 함씨의 친인척과 세입자, 이웃 주민, 통화 상대방 등 69명의 구강세포를 채취해 일일이 대조하고 있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DB)에는 해당 DNA가 등록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함씨를 묶은 끈과 양손 손톱, 함씨의 콧잔등과 입술 모두에서 동일한 용의자의 DNA가 검출됐다”면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과정에서 함씨의 얼굴에 DNA 흔적이 남았고, 함씨가 용의자의 팔을 붙들고 반항하면서 손톱에도 흔적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입자’로 분류돼 있던 정씨 역시 경찰에 DNA를 제공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찰이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고 알려졌던 데다 DNA 채취를 거부할 경우 불필요한 의심을 살 것으로 우려해 정씨가 DNA 채취에 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오후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정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과수의 통보를 받은 경찰은 정씨를 즉각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분석 결과 함씨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는 정씨의 것 하나뿐이고, 다른 인물의 DNA는 섞여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함씨의 주택에 세들어 살았고, 함씨와는 25∼3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그는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했으나 당뇨병 때문에 건강이 악화돼 최근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2013년에는 보험사기 혐의로 실형을 살았고, 이전에 5번의 벌금형 받은 적이 있다”라며 “이중 상당수가 사기 혐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는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을 계속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범행동기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대체로 재산 목적의 범죄일 공산이 크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쯤 정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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