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모(31)씨를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및 주거침입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씨가 ‘방화 미수범’이 된 이유가 독특하다.
이씨는 투숙객의 성행위를 보기 위해 모텔에 들어가 각 방을 돌아다니며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3층의 한 객실에서 인기척이 나자 창문 바깥 난간과 연결된 계단에서 30여 분간 기다렸다. 하지만 이씨의 ‘기대’와는 달리 객실 안의 커플이 잠만 자고 있지 순간 화가 나서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객실 이불로 던져 불을 지르려 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7년에도 이와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다 적발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전과가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황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씨의 행각,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이 사건의 핵심 키워드가 성행위를 몰래 보려고 했다는 ‘관음증(Voyeurism)’이라는 건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 더 있다. 바로 ‘담배’다.
이전에 <이슈 인 심리학>에서 담배와 키스의 관계를 설명했던 적이 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로부터 모유를 충분히 먹지 못하면 입 주변이 불만족한 상태로 남겨지게 된다. 이것을 구강기 고착화현상이라고 한다. 불만족한 상태의 입은 성장하면서 담배를 흡입하면서 혹은 입술주변을 만지면서 또는 말을 많이 하면서 다시 만족을 채우려는 심리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불만족이 시간이 지나 다시 만족하려고 나타나는 현상 중에 하나가 바로 ‘관음증’이다.
어린 시절 부모 등의 성교장면을 목격하거나 엿듣게 되면서 시각과 청각적 충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관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시각적 충격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정상적인 ‘성’의 개념을 자리 잡지 못하게 방해한다. 청각적 충격도 마찬가지다. 성욕은 성적 에너지다. 이 에너지를 리비도(Libido)라고 부른다. 성인이 된 후에도 어린 시절의 시각적 충격에 의해 정상적인 이성과의 관계의 만족을 방해한다. 그보다는 부모에게 받은 시각적 충격을 다른 이들의 성행위를 지켜보면서 여렸을 때 받은 성적 일탈을 비정상적으로 접하려고 한다.
이 관음증(voyeurism)보다 더 무서운 것이 집단관음증이다.
TV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미성년자들이 시각적으로 받는 성에 관한 충격적인 개념들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보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배우 이병헌과 이지연이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나 클라라와 폴라리스 회장의 문자 메시지 내용은 사실 대중들이 느끼지 못할 뿐 의도치 않은 충격적 목격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특히 성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성립되지 않은 나이에 비정상적인 성에 관련된 내용과 장면을 접하는 건 훗날 관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스마트폰을 통해서 얻지 못하는 게 없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가지는 것들은 미래에 자신을 아프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영어단어 ‘Smart’는 ‘똑똑한’이라는 뜻 이외에 ‘아프다’, ‘쓰리다’라는 의미도 있다. 무분별하고 쉽게만 얻어지는 것들은 우리는 똑똑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아픔을 선물로 줄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