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찰에 따르면 지적장애 2급인 A(41·여)씨는 한 장애인 시설에서 같은 장애를 앓는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둘은 장애가 심해 평소 대화가 쉽지 않았지만 금슬은 여느 부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 시설에서 나와 남편의 누나 부부가 사는 인천 강화도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시설 생활보다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게 나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게 ‘비극의 씨앗’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A씨는 시매부이자 남편의 매형인 B(60)씨는 매번 사소한 이유를 문제 삼아 남편을 마구 때렸다. 또 B씨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도왔지만 월급이라곤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매월 부부 앞으로 나오는 장애인 수당 110만원도 남편의 누나 부부가 관리했다. 남편의 누나 부부는 이들의 장애인 수당을 집 수리나 자신들의 아들 보험금을 내는데 썼다.
그러던 중에 2009년 B씨의 부인인 시누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러자 홀로 된 시매부의 폭행은 더 잦아졌다.
B씨는 아예 ‘짐승’으로 변해갔다. 남편을 때려 집에서 쫓아내고서는 A씨에게 ‘몹쓸 짓’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2009년 5월부터 11월까지 3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폭행과 함께 성추행도 수차례 이어졌다.
2013년 마을 주민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 강화경찰서 강력팀은 강화도 사회복지사들을 수소문해 2개월 만에 B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경찰은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통해 A씨의 피해자 진술을 받았지만 의사소통이 힘들어 혐의 입증에 애를 먹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B씨의 자녀들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A씨 부부를 찾아가 강제로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누이가 병으로 죽고 난 후 시매부가 여러 번 성폭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은 심리분석가까지 동원해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졌고, 결국 B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최근 구속했다.
경찰은 또 B씨가 장애인 수당을 빼돌렸다고 보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B씨는 최초 조사에서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다가 거짓말 탐지기 반응 조사를 앞두고 성폭행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가 사실상 보호자 역할을 하는 데다 피해자 부부가 장애를 앓고 있어 저항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심증은 더 자주 성폭행을 했다고 판단되지만 우선 입증된 혐의로만 피의자를 구속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최근 각방을 써야 했던 장애인 시설이 불편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 방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강화도의 한 요양시설로 거처를 옮겼다.
경찰 관계자는 “강력팀 직원들이 매달 한 두 차례씩 피해자 부부가 있는 시설에 찾아가 말동무를 해드린다”며 “두 부부가 아픔을 딛고 항상 함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