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자살자 절반, 입대 전부터 형성된 좌절감 등이 더 큰 영향”

“軍 자살자 절반, 입대 전부터 형성된 좌절감 등이 더 큰 영향”

기사승인 2015-03-16 09: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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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군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들의 유서를 분석한 결과, 입대 전부터 형성된 자기 비하감 등이 결심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이 나왔다.

입대 후 군대 조직의 직접적인 가해 외에도 그 전부터 내적 갈등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군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구타와 왕따 등 외형적 문제 개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 차원의 자살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고, 군 내부에서는 심적으로 불안한 병사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광운대에 따르면 이 학교 대학원 범죄학과 임석현(56)씨는 박사학위 논문 ‘유서에 나타난 병사들의 자살심리 프로파일링에 관한 연구’에서 2008∼2012년 자살한 육·해·공군 병사 124명의 유서를 분석해 이들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과 심리를 추적했다.

임씨는 자살한 병사들을 요인에 따라 ‘내적 요인’ ‘분노충동 요인’ ‘현실도피 요인’ 집단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124명 중 절반에 가까운 56명(45.2%)이 ‘내적 요인’ 집단에 속했다.

이 집단은 유서에 극심한 좌절감이나 자신에 대한 정신적 학대 내용을 남긴 경우다. 이 병사들은 내적 갈등을 겪어오다 고압적인 군 문화에서 좌절감이 더욱 심해지면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병사는 병영생활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지만 유서에 ‘인생에서 실패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에 대한 좌절감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 뒤로 ‘분노충동 요인’ 집단(19명, 15.3%)과 ‘현실도피 요인’ 집단(11명, 8.9%) 등 순이었다.

분노충동 요인 집단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대상에 대해 “지옥에서 보자”, “너희는 잘 사나 보자” 등의 내용을 남겼다.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낸 경우다.

현실도피적 집단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면서 환생 등 사후세계에 대한 내용을 쓴 유형이다.

이와 함께 내적 요인과 현실도피 요인이 혼합된 집단은 19명(15.3%), 내적 요인과 분노충동 요인이 섞인 집단은 11명(8.9%)이었다.

임씨는 “병사들의 내적 갈등은 청소년기를 거쳐 점진적으로 발전한 것이며, 이런 갈등을 겪는 병사들이 조직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충동적 선택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군 자살을 예방하려면 국가적으로 젊은이들이 심리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자살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군은 내적 갈등을 겪는 병사들에 대한 체계적으로 관리와 자살의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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