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살인 무늬’를 가진 어린이 본 적 있나요?

[이슈 인 심리학] ‘살인 무늬’를 가진 어린이 본 적 있나요?

기사승인 2015-03-16 12:26:55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미래의 테러리스트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아이들의 최소연령이 5세 정도로 모두 군복을 모두 입었고 띠를 머리에 둘렀다. 그야말로 완벽한 군인의 모습이다.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10세 정도로 보이는 소년 2명이 무릎 꿇고 있는 인질의 목에 막대기를 대고 있다.

이 아이들이 외치는 말은 이랬다.

“우리는 종교도 나라도 없다. 누리는 어린이와 여자, 노인을 살해한다. 우리는 이 마을의 젊은이 모두를 죽이기로 했다.”

가장 슬픈 동영상이자 가장 마음 아픈 동영상임에 틀림없다.

예측하건데 앞으로 IS를 통해 ‘살인기계의 패러다임’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용어는 토마스 쿤(Thomas Kuhn)이 1950년에 쓴 책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과학적 혁명의 구조)’에서 처음 사용됐다.

쿤은 과학적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세운 틀 안에서 활동을 하지만 결국 특정 과학 안에서 자신들의 과학적 활동을 이끄는 지배적인 더 큰 틀이 존재하고, 이것을 바로 ‘패러다임’이라고 했다.

자신의 틀(Frame)을 형성하는 더 큰 틀(Paradigm)이 있는 것이다.

아이는 태어나서 24개월이 지나서야 걷기 시작하면서 신체적 자아상을 처음 형성한다. 그러다 7세가 넘어가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공적인 자아를 새롭게 만든다. 이 공적인 자아는 순수한 자신의 자아와 불일치한 자아다. 북한에서 어린이들이 세뇌교육을 통해 어리광 부려야 할 나이에 줄맞춰 공연을 하는 모습이 바로 공적인 자아다. 어리광 부리고 통제 불가능한 모습의 개인 내적 자아가 기계처럼 줄맞추고 춤추고 공연하는 공적자아에 지배당했기 때문이다. 북한 세뇌교육의 패러다임에 눌려 아이들의 ‘신체-심리-사회조직-상황’이라는 4개의 틀이 형성된 것이다.


틀(Frame)을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무늬가 생긴다.

신체적 틀은 몸에 남기는 무늬를 말한다. 상담에서 만난 한 내담자는 저녁 6시만 지나면 오른손을 떤다고 했다. 두 딸의 아버지가 수 십 년간 이런 증상을 달고 살았다.

원인은 과거의 반복된 신체적 틀에 의해 생긴 것이다. 이 내담자는 어려서 저녁마다 술 취한 아버지에게 맞았다. 맞을 때마다 오른손으로 막아서 버텼다. 이 행동이 오른손에 ‘불안, 초조, 분노’와 같은 무늬를 남긴 것이다.

IS 어린이들도 이와 같이 신체적 틀을 가지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심리적 틀은 정서에 남기는 무늬를 말한다. 정서는 감정과 감성으로 이루어진다. 살인자와 인질 역할을 훈련받으며 사람무늬를 지우고 살인기계 무늬만 남기게 된다.


사회조직과 상황 틀은 관계의 무늬를 남긴다. 가부장적 아버지에게 자란 아들은 가부장적인 관계를 통해 물려받는다. 도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지시하는 아버지가 싫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관계 시스템에 중독된다. 성인이 된 자신의 모습은 어느덧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게 된다. IS 아이들은 살인자의 시스템 속에서 타인을 인질로 바라보는 시스템에 중독 될 것이다.


사랑의 무늬가 아닌 살인의 무늬를 가지게 되는 IS 어린이를 구출하지 않으면 지구에는 사람의 무늬보다 피의 무늬가 더 많이 그려질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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