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 여배우, 누가 있을까? 조심스레 황정음을 추천해본다. 아이돌 그룹 슈가 출신이라는 사실도 떠오르지 않는다. 가수라는 수식어는 말끔히 지우고 배우로 성장했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 코믹 연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SBS ‘자이언트’(2010) MBC ‘골든타임’(2012) SBS ‘돈의 화신’(2013)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았다. 2013년 KBS2 ‘비밀’로는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여배우로서의 정점을 찍었다. 여세를 몰아 SBS ‘끝없는 사랑’에서 열연, 2015년엔 ‘로코퀸’으로도 자신의 역량을 드러냈다. MBC ‘킬미, 힐미’를 통해서다.
대체 불가한 솔직함과 통통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온 황정음이다. 지난 13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정음은 TV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더 예뻐진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황정음은 “작품 잘되면 예뻐지고, 안되면 못생겨져요”라고 웃어보였다. 이 외에도 “작품 마치니까 군대갔다 온 것처럼 뭐든지 다 해보고 싶어요.” “화이트 데이에 남자친구 용준이한테 레스토랑 예약 잘 해놓으라 했어요.” 취재진 앞에서도 거침없는 솔직함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하 황정음과의 일문일답.
-작품운이 좋은 것 같다. 종영 소감을 말해 달라.
“작품이 잘돼서 좋다. 의미가 깊었던 작품이다. 이렇게 기다린 적은 처음이다. 매번 연출에 감동했다. 짧은 시간 내에 연출한 감독님 보면서 천재감독과 함께해서 복이 많은 사람 생각했다. 진수완 작가님의 필력도 매번 감동받았다. 드라마 하면서 힐링 많이 됐다. 다 설명하기에는 힘든 정도다.”
-지성과의 호흡은 어땠나
“지성오빠랑은 두 번째 한건데 친오빠가 한명 더 생긴 느낌이다. 배우로서 배울게 너무 많았다. 너무 고생했다. 오빠 보면서 사람의 영역을 넘어선 것 같았다. 나라면 못했을 듯하다. 5년 후 내공 생기면 다중인격 도전해보고 싶다. 캐릭터에 대한 부러움은 있었다. ‘나도 잘 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에게 ‘시즌2로
다중인격 연기할래요’라고 말했다. 지성 오빠 너무 잘해서 오빠를 판단할 순 없다.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님이다.”
-지성이랑 또 한다면
“물론 좋다. 그래도 바로는 싫고 한 사년 후에? 저도 결혼하고. 오빠가 유부남이잖아요. 나도 결혼하고 하고 싶다.”
-다중인격 캐릭터를 상대했다
“세기가 섹시했다. 리진이 때문에 생겨난 인격이었으니까. 저를 너무 좋아해줘서 애착이 갔다. 개인적으로 부러웠던 캐릭터는 요나였다.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들었던 점은 남의 호흡에 맞춰가야 하고 받아주는 것이 힘들었다. 세기가 리진을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과 같은 대사 등을 맞춰주는 게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코믹 캐릭터를 안했던 이유는
“‘지붕 뚫고 하이킥’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제 인생에서 에너지 쓸 수있는 시기라 딱 판단 들었다. 그 나이 대에만 보여줄 수 있는 게 끝났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연기에 욕심 부려야 된다고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비밀’을 선택했고, 끝나고 욕심이 생겼다. ‘끝없는 사랑’을 선택했지만 ‘연기는 절대로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깨달았다. ‘킬미, 힐미’에서 열심히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이 드라마에서 할 역할은 한 것 같다. 욕심도 별로 안 부렸다. 어차피 지성오빠의 작품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해왔다
“기계적으로 연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 굳이 감정을 잡지 않았는데 울고 있고 그걸 보면서 ‘내 몸이 기억하나, 이게 뭐지?’ 생각이 들면서 혼란스러웠다.
-슬럼프는 없었나
“딱 두 번 있었다. 한번은 슈가를 한 것이다. 인생의 첫 실수다. 두 번째는 ‘골든타임’을 한 것이다. 지금의 황정음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슈가와 골든타임이었다. 고생하고 성장해야 좋은사람이 되고 큰 사람 되는 거 같다. 저는 아직 멀었다. 고생을 더 해야된다. 그래도 슈가때 생각하면 연기도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계획은
“서른 네살때는 해야된다 생각했다. 여자는 때가되면 물 흘러가듯이 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누가 될지 모른다. 서른 셋넷 정도에 내 옆에 있는 남자랑 할 것이다.”
-촬영 기간 동안 고비 왔었나
“감독님이 제가 힘들어하는 걸 아셨는지 스케줄도 좋게 짜주셨다. 고비 잘 넘겼다. 잠도 많이 잤다. 네 다섯 시간은 잤다. 지성오빠는 하루에 삼십분 잤나? 고생 많이 하셨다.”
-애드립도 있었나
“중간 중간 있었다. 감독님이 생생한 연기를 좋아하신다. 애드립한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나왔다. 늘 새로운 걸 추구하신다.(웃음)”
-지성에 비해 분량이 적다.
“주인공은 주인공이다. 공동 1등이 되기는 쉽지 않다. 양보할 땐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무작정 욕심을 내면 작품 의도가 틀어질 수도 있다. 결국은 내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킬미, 힐미’는 처음부터 지성 오빠의 작품인걸 알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고민했다. 다이어리에 적어놨을 정도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중국 투자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은근히 계산적인 사람이다.(웃음)”
-SBS 동시간대 방영되는 ‘하이드 지킬, 나’에 완승했다
“아무래도 같은 연기자입장이니까 다 잘됐으면 좋겠다. 제가 하는 작품의 시청률이 안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촬영 현장에서 ‘우리가 이겼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지성 오빠는 ‘안쓰럽다’고 하더라. 오빠처럼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영 후 계획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가 있다. 터키로 화보 촬영도 떠난다. 장거리 여행이라 쉴 수 있어 떠난다.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응원해달라.”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