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화 나는데 ‘한 불’ 하자!”…‘방화 중독’을 아시나요

[이슈 인 심리학] “화 나는데 ‘한 불’ 하자!”…‘방화 중독’을 아시나요

기사승인 2015-03-19 10:47:55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연쇄 화재는 관악구청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의 방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최소 10차례에 걸쳐 재래시장과 다세대 주택 인근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죄 등)로 이모(28)씨를 구속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씨가 경찰에서 한 진술에 눈이 멈춘다.

“병역법위반으로 수감됐을 때 같은 방을 사용한 수감자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아 배신감에 술을 마시고 귀갓길에 처음 불을 냈고, 이후 여자친구가 백수라고 무시해 화가 나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범행했다.”

언제부턴가 이씨의 화를 푸는 수단이 ‘방화’가 된 것이다.

미국의 국립폭력범죄분석센터(NCAVC: National Center for the Analysis of Violent Crime)가 규정한 범죄분류편람(Crime Classification Manual)과 2002년에 ‘Criminal Behavior(범죄적 형태)’에서 바르톨(Bartol) 교수가 구분한 방화범의 동기 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반달리즘-동기방화, 흥분-동기방화, 보복-동기방화, 범죄은닉-동기방화, 이익-동기방화, 극단주의적-동기방화, 연쇄 방화(Serial Arson), 병적 방화(Pyromia) 이렇게 8가지다. 지속적으로 10차례에 걸쳐 방화를 한 이씨는 ‘연쇄 방화’에 해당한다.

방화범은 연쇄 방화를 하면서 방화와 방화 사이에 스스로 감정을 안정시킨다. 특히 세 차례 이상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를 말한다. 이것은 중독의 심리와 같은 것이다. 술을 끊지 못하는 것은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중독의 상태는 신체, 심리, 인지 모두가 의지대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가고, 불안한 심리를 안정적으로 돌려야 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상태가 스스로를 휘감아 조종하게 된다.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에게 어둡고 사악한 측면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공격성, 잔인성, 부도덕성’과 같은 것을 말한다. 이런 모습은 인간행동의 뒤에 숨어 있는 것으로 ‘그림자(Shadow)’라고 부른다. 이 그림자는 뒤에 숨어 있다가 신체적, 심리적, 인지적인 분열이 오는 순간 순식간에 겉으로 드러난다.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끼거나 우울증 혹은 사람과의 관계가 어긋날 때 그림자는 겉으로 튀어나오려고 꿈틀거린다. 이런 그림자가 자주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을 우리는 ‘이중인격’ 혹은 ’다중인격‘이라고도 부른다. 그림자가 자주 튀어나오다 보면 스스로가 길을 만들게 된다. 이 터널이 크면 클수록 중독 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상처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무기는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높으면 상처가 변해 자란 그림자를 억누르고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으면 언제든 그림자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실제로 많은 사례에서 방화범들은 심각한 자살적 경향을 보인다. 자존감과 우울증을 보인다. 이것은 자신의 상처를 억누르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방화범을 예방하고 통제 및 관리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 관련 행정기관에서만 관심을 가지는 걸로는 해결될 수 없다. 엎질러진 물만 잘 닦으려는 실정이 될 수 있다.

방화가 유행병처럼 퍼지지 않게 미리 치료하고 약을 발라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가정지원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통해 ‘마음을 치료’해야 한다.

살이 찢어져 아파하는 소리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찢어져 흐느끼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늘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국가는 국민의 마음에 더 귀 기울이고 아픈 마음에 반창고 붙여줘야 한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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