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천정명 “‘발음·발성 부정확해도 사랑스럽다’는 평가, 감사했죠”

[쿠키人터뷰] 천정명 “‘발음·발성 부정확해도 사랑스럽다’는 평가, 감사했죠”

기사승인 2015-03-20 06:00:56
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배우 천정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대표 훈남 배우이자 원조 ‘국민 연하남’이다. 어느덧 서른 중반에 접어든 천정명이지만 MBC ‘여우야 뭐하니’(2006)에서 고병희(고현정)을 쫓아다니던 연하남 박철수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드라마가 끝난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연하남 이미지는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하지만 tvN ‘하트 투 하트’를 통해 천정명은 180도 바뀌었다. 정신과 의사 고이석을 연기하면서 ‘국민 연하남’의 모습을 많이 지웠다. 세월이 흘러 중후한 매력이 덧대어진 것은 물론 배우로서의 깊이도 한층 깊어졌다.



1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천정명에게 먼저 ‘하트 투 하트’ 종영 소감을 물었다.

“간만에 느끼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군 제대 후 ‘신데렐라 언니’로 복귀했을 때처럼 설레었죠. 촬영장 가는 길이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막상 끝나니까 정말 아쉽더라고요. 작품 후 배우들과 처음으로 단체 채팅방도 만들었어요. ‘하트 투 하트’를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이어갈 거 에요. 이번 주에 또 모이기로 했어요.”

작품 종영 후 배우들과 단체 채팅방까지 만들며 계속 연락하는 것도 처음이란다.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윤정 감독의 힘이 컸다.

“감독님이 주도를 잘 하세요. 촬영장 가면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았죠. 감독님의 웃음소리를 너무 듣다보니 집에 와서는 환청이 들릴 정도였으니까요.(웃음) 늘 유쾌했어요. 현장을 배우 중심으로 만들어주셔서 마치 놀이터 같았어요. 배우들이 입모아 이야기한 게 편안한 촬영장과 동료들과의 호흡이었죠.”

천정명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트 투 하트’ 종영 후에는 “많이 아쉬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지만 아쉬웠다는 소감은 의외였다.

“‘아쉽다’는 표현이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어요. 언제 또 이런 분위기와 현장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만날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쉬우면서 두려웠어요. 다음 촬영장에 가면 생각날 것 같고. 놀이공원에 왔다가 모든 게 다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꿈 꾼 것 처럼요.”

이윤정 감독과 천정명의 만남은 2006년 ‘여우야 뭐하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감독은 드라마의 B팀 감독이었고, 그때부터 천정명은 이 감독 특유의 연출력에 감동했단다.

“고준희를 집 밖으로 못 나오게 마당 앞 테라스에 앉아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지키고 있는 장면이었어요. 이윤정 감독님은 굉장히 특이하게 주문하셨어요. 야구 방망이의 방향과 들고 사과를 우악스럽게 먹으라고 지시하셨죠. 그래서 어떻게 우악스럽게 먹냐고 물으니까 감독님께서 씨까지 다 먹어버리라고 했죠. 처음엔 조금 이상했지만 막상 해보니 재밌었어요. 시간이 지나서 ‘하트 투 하트’에서 만났을 때는 감독님 입장이 아닌 배우의 입장에서 연기를 주문하셨죠. ‘정명씨가 이석이라면 어떨 것 같아요?’라면서 계속 물어보셨어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또 계산적으로 하지 말고 ‘편하게 놀아라’고 하셨어요.”

극 중 고이석은 여자친구 차홍도와의 악연을 마주하게 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드라마 내용 상 복잡한 감정연기는 물론이고 특히 눈물신도 많았다. “눈물 연기에 원래 자신이 없었다”고 말한 천정명이지만 극에서는 충분히 소화해냈다. 그의 뒤에는 이 감독이 있었다.

“감독님께 눈물 연기를 못한다고 솔직히 이야기 했어요. 그러자 감독님께서는 우리나라가 되게 특이하다고 말했죠.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영화를 봐도 배우가 펑펑 우는 작품은 한국밖에 없다고요.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그렇게 오열하는 연기는 싫다고 하셨어요. 편안하게 울고 싶으면 울라고 하셨죠. 오히려 부담감이 사라지니까 놓아버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눈물 연기도 훨씬 수월했죠.”



연기 경력 16년차 배우지만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천정명은 발음과 발성을 바꾸기 위해 1년간 연기수업도 받았다. 하지만 해답은 바꾸려 노력한 것들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었다.

“연기 선생님과 이윤정 감독님 두 분 다 발음과 발성에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더 어색할 수 있다는 거죠. 오히려 너무 발음에 신경쓰다보면 대화를 하는 것 같지 않고, 더 어색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연기에 대해 평가를 해 놓은 댓글들 중에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건 ‘발음과 발성이 부정확하지만 그것도 사랑스럽다’라는 말이었어요. 정말 힘이 되는 말이었죠.”

앞서 말했듯이 천정명에게는 보호받는 연하남의 귀여운 이미지가 깊게 박혀있다. 하지만 ‘하트 투 하트’ 고이석을 통해서는 여자를 리드하고 주도적인 남성으로 거듭났다. 어떻게 이미지가 변화된 건지 궁금했다. 연하남 이미지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울 법도 한데 오히려 더 만족했단다.

“저도 제 자신을 잘 몰라서 어떻게 변화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제 생각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제 성향도 많이 변했어요. ‘연하남 이미지’는 팬들이 좋아해주는 수식어라고 해야 되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리즈시절을 거쳐 중년으로 넘어왔잖아요. 더 지나면 중후한 면이 보일 것 같아서 좋아 보이더라고요. 브래드 피트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천정명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리즈시절은 언제일까.

“제가 생각하는 리즈시절은 드라마 ‘패션70’s’과 영화 ‘태풍태양’ 때에요. 그때가 제일 좋았어요. 작품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맛보기도 했고 제 생을 확 바꿨던 타이밍이기도 해요. 이제 제2의 전성기도 오지 않을까요?”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기자
hy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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