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두목곰' 김동주의 은퇴식 여부가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한 스포츠 매체에서 현직 선수, 감독, 단장 등 야구 관계자 30명을 상대로 김동주의 은퇴식 찬반에 대한 익명 서베이를 실시했기 때문인데요.
김동주는 '레전드'라는 찬사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두산 베어스의 확실한 프랜차이즈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기량이 하락세를 보일 때 스스로 방출을 요구하는 등 좋지 않게 팀과 결별을 했고, 다른 팀과의 계약을 추진하다 무산돼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한마디로 성대한 은퇴식을 해줘도 이상해 보이고, 안 해줘도 찜찜한, 속된 표현으로 '꼬인' 경우입니다.
서베이 결과, 21명이 김동주가 과거 두산에 안겨준 기여를 생각해 은퇴식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은퇴식을 해주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은퇴식에 반대하거나 ""구단이 판단한 일""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유보한 이들 중 두산 소속 선수 2명이 ""안 된다""고 뚜렷하게 못을 박았다고 하더군요.
김동주는 실력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지만 성격이나 동료들과의 관계 등 인간적인 면에서 '잡음'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김동주와 같이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들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렇게 되니 또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김동주처럼 한 팀에서 오랫동안 걸출한 활약을 펼치며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른 다른 팀 '레전드' 사례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야구 천재' 이종범(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012년 5월 26일에 은퇴식을 치렀습니다. 이종범은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드를 타고 자신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광주구장으로 내려왔습니다. 동료, 후배, 선배, 팬, 스승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선수로서 피날레 자리를 빛내줬습니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장은 화려한 레이저빔 쇼로 가득 찼고 아버지가 시구자로 나서고 자신이 시타자로 타석에 나서는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했습니다.
롯데의 '영원한 맏형' 조성환(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어땠나요. 지난해 8월 23일 사직구장에서 두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가 시구·시타·시수비를 하는 훈훈한 모습은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대기만성의 대명사' 최동수(현 LG트윈스 육성군 코치)는 2013년 10월 5일에 자신이 2군에 머물던 시절 관중석에 앉아 꿈을 키우던 잠실구장 한가운데에서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선수라는 이름과의 이별을 알렸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야구팬이라면 너무나 쉬운 질문일 겁니다. 바로 마지막 순간까지 '선·후배, 동료, 팬' 모두의 존경과 인기를 잃지 않았던 선수였다는 겁니다.
조성환과 최동수는 통산 타율 같은 표면적 기록만 보자면 김동주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세월 우직하게 팀을 이끌어 많은 후배들이 믿고 따른 '진정한 형님'이었습니다. 이종범, 양준혁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실력에 리더십까지 겸비했죠.
두산에선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김동주의 은퇴식 여부는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도 논란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김동주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상징하는 바가 여타 평범한 다른 선수들과 같을 수는 없기에 그만큼 민감한 문제입니다. ""안 된다""고 한 2명의 선수가 두산 선수단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김동주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각양각색입니다.
17년 간 두산 유니폼만 입고 1625경기에 나서 통산 타율 0.309, 1710안타, 273홈런, 1097타점을 기록한 김동주. 잠실구장이 지어진 이래 사상 첫 정규리그 장외홈런(2000년 5월 4일)을 날리고,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담장을 넘기기 힘들다는 잠실구장에서만 131개의 홈런을 작렬시킨 '잠실 홈런왕'. 부동의 국가대표 4번 타자.
시작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마무리라고들 하죠. 김동주의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이런 선수에 대해 은퇴식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습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