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판?” “너구리 눈 되던데?” 北김정은 ‘농담’에 숨은 의도는

“축구 한판?” “너구리 눈 되던데?” 北김정은 ‘농담’에 숨은 의도는

기사승인 2015-03-22 11:25:55
사진=국민일보DB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절대복종’을 강조하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농담을 앞세워 대중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문예월간지 조선예술은 올해 1월호에서 ‘최고지도자의 인민 사랑’을 강조하면서 2012년 9월 김정은이 평양 가정집을 방문했을 당시 한 아이와 농담을 섞어가며 나눈 대화를 뒤늦게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방문 가정의 맏아들인 박원 군과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내 축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곤 “축구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군이 “예”라고 답하자 김정은은 “축구를 잘해? 나하고 한번 축구를 해볼까?”라며 농담을 건넸다.

예상치 못한 최고 지도자의 농담에 당황한 박 군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김정은은 앞으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라’는 격려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가 농담을 즐겨 쓰는 김 제1위원장의 모습을 부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작년 8월 ‘원아들의 웃음소리’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김정은이 ‘아버지 원수님(김정은)’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봤다는 한 아이에게 “재미없었겠구나!”라고 농담을 한 일화를 소개했다.

또 지난달에는 평양 화장품공장에서 마스카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외국산은 물속에 들어가도 그대로인데, 국산은 하품만 하더라도 너구리 눈이 된다”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를 국가 자체와 동일시하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가벼운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대내에 과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치적 무게감을 만회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몸을 낮추는 노력을 부각함으로써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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