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아무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난 의미없는 존재.”
향년 91세를 일기로 23일 타계한 싱가포르의 국부 리관유(李光耀) 전 총리는 파란만장했던 인생 만큼이나 남긴 ‘어록’도 다양하다.
그는 생전 16세기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신봉자였다. 마키아벨리는 어느 자리에서는 권력 쟁취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이 않아도 된다는 사상을 펼치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돼야 하는지, 두려운 존재가 돼야 하는시 사이에서 나는 늘 마키아벨리가 옳다고 믿었다”며 “아무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나는 의미없는 존재”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적’과 관련해 “말썽꾼을 정치적으로 파괴하는게 나의 일이다. 만일 말썽꾼과 겨루게 된다면 내 가방 안에 있는 날카로운 손도끼를 사용하겠다”면서 31년 간 철권통치를 펼친 사실상 독재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리 전 총리는 ‘언론 자유’를 경시하는 태도도 보였다.
그는 “진정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가. 과연 원하는 기사를 쓸 권리인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주택과 의료, 일자리와 학교”라고 말했다.
리 전 총리는 여론 및 지지도 조사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거나 집착하는 건 ‘약한 지도자’라면서 “지지율 등락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도자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리 전 총리도 부인의 죽음 앞에선 절절한 사부곡(思婦曲)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부인 콰걱추(柯玉芝) 여사가 2010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하자 “그녀 없이 나는 다른 사람으로 다른 인생을 살게될 것”이라며 “다만 그녀가 89세의 인생을 꽤 잘 살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겠다. 하지만 마지막 이별의 이 순간 내 마음은 슬픔과 비탄으로 무겁다”고 말했다.
리 전 총리는 대영제국과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통치를 번갈아 경험한 뒤 “강대국들에 갇힌 국민이 살아남기위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알게됐다”며 “어느날 영국이 요지부동의 주인이더니 다음 날은 우리가 왜인이라고 놀렸던 일본이 근시안적 편견으로 싱가포르 국민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리 전 총리는 특히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항복한 뒤 영국군이 싱가포르를 재탈환하자 “대영제국에 대한 복종과 존경이라는 옛 관습은 이제 사라졌다. 영국이 일본에 쫓겨 짐을 싸 도망가는 것을 싱가포르 국민이 봤기 때문이다. 더 이상 영국과 싱가포르 간의 옛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냉정한 현실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 afero@kmib.co.kr